오너가 3세 전병우가 직접 내놓은 야심작 ‘맵탱’
김정수 대표 불닭볶음면 강세 매서워
40대 젊은피 사내이사들 선임해 혁신 노려

사진=삼양식품
사진=삼양식품

올해 60주년을 맞은 삼양식품이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전병우 본부장을 낙점하고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40대 젊은피를 사내이사로 수혈하는 등 ‘삼양라면’, ‘불닭라면’ 등 인기제품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에 등장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것을 언급했고 새로운 라면 브랜드 출시와 제품 리뉴얼 등을 추진했다.

비전선포식에서 전 본부장은 “식물성 단백질 사업이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매개체로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다양한 응용 제품 연구를 통해 원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더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 100년 전 햄버거, 60년 전 라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1994년생으로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 부부의 장남이다.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지난달부터 전략기획본부장(CSO)을 역임하고 있다.

전 본부장의 주도하에 삼양식품은 지난달 삼양라면 60주년을 맞아 삼삼양라면의 면과 디자인을 리뉴얼 출시했고 지난 8월에는 매운맛 라면인 ‘맵탱’ 브랜드를 론칭했다.

맵탱은 전 본부장이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 브랜드다. 브랜드 출시와 함께 지난 8월말부터 ‘흑후추소고기라면’과 ‘마늘조개라면’을 출시했다. 이어 지난달 말부터는 ‘청양고추대파라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출시한 매운맛 라면 맵탱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맵탱은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 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개발했다.

아울러 삼양식품은 젊은피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2명의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김명진 마케팅·신성장본부장과 장석훈 경영지원본부장이 올랐다.

김 본부장은 CJ제일제당, 남양유업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불닭브랜드 수출 역대 최대 달성 등에 기여했다. 지난 8월 외부에서 영입한 장 본부장은 삼일회계법인, 위메프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삼양식품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통합 자금관리체계 구축, 리스크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1977년생과 1978년생이다. 두 본부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되면 현재 사내이사 4명 중 2명이 40대로 구성된다. 삼양식품이 젊은피 수혈을 통해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사내이사 중 장재성 전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직을 사임했고, 문용욱 상임고문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사임한다.

사진=삼양식품
사진=삼양식품

◆ 여전히 진한 불닭볶음면의 그늘

삼양식품의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세는 불닭볶음면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 삼양라면 및 냉동식품 등의 중국, 미국, 동남아 수출이 3분기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 제품 평균단가가 내수보다 10% 이상 높은 편이다. 삼양식품의 올 3분기 영업마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추정됐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외의 불닭볶음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밀양 제2공장 준공 이후 생산 능력이 약 20~25% 증가한다”며 “수출 성장 잠재력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의 2021년 매출은 6420억원, 영업이익 654억원이었는데 2022년 매출 9090억원, 영업이익 904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새 41.6%, 38.3% 늘어난 것이다.

지난 6월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등 회사 안팎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또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해 7월 부로 삼양라면·짜짜로니·맛있는라면·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올해 2분기엔 연결 기준 매출 2854억원, 영업이익 4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8%, 영업이익은 61.2%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불닭 시리즈 상품군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매출이 약 80%에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4억개가 팔렸다.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의 작품이다. 2012년 출시 이후 매운맛으로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서 소개되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전세계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삼양식품의 매출은 2016년 3593억원에서 지난해 9090억원으로 6년 만에 두 배 넘게 급성장해 매출 ‘1조 클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6월 밀양 신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2025년까지 밀양 2공장을 신설한다. 투자 규모는 1643억원에 이른다.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미국 등 수출 주력 시장에서 현지 법인을 통한 영업을 시작해 해외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번째 해외 판매 법인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 맞춤형 상품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불닭브랜드 제품은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콘불닭볶음면 ▲3X핵불닭볶음면 ▲하바네로불닭볶음면 ▲야키소바불닭볶음면 등이 있다. 지난달에는 해외 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 신제품을 미주 지역에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수출 전용 불닭 브랜드 신제품 ‘똠얌불닭볶음탕면’을 미국에 출시했다. 똠얌불닭볶음탕면은 태국 전통요리 ‘똠얌’을 불닭볶음면에 접목시킨 제품이다. 맵고 신맛의 똠얌과 불닭의 매운맛을 조화시켰으며 라임, 고수 등 다양한 향신료로 똠얌 풍미를 강조했다. 똠얌불닭볶음탕면은 미국 내 아시아 인구와 아시안 요리를 선호하는 현지인들을 겨냥해 개발됐다.

이처럼 불닭볶음면이 해외를 호령하는 상황에서 야심차게 탄생한 맵탱브랜드의 성공 가능성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라면 업계의 특성상 신제품으로 반전카드를 만들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의 경우 소비자들이 익숙한 맛을 찾으므로 신제품이 크게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면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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