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테마주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부상하더니 이달부터는 ‘맥신’과 ‘양자컴퓨터’ 테마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대부분 급등이나 급락을 반복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빚투(빚내서 투자하기)를 부추기지 않게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증권사들은 테마주 신용거래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높은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
◆ 이달 3개 테마 급부상…급등‧급락 반복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우리로, 엑스게이트, 케이씨에스, 코위버, 피피아이, 텔레필드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대규모 양자 얽힘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소재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욱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터븀인듐산화물(TbInO3)이 양자컴퓨터 소자 등에 쓰일 수 있는 양자스핀액상(QSL) 물질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알렸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게재됐다.
양자컴퓨터에 앞서 초전도체와 맥신 테마가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초전도체 테마는 지난달 하순부터 급부상했다. 서남, LS전선아시아 등은 지난달 27일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달 1~3일 서남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추측되던 물질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달 8일 하한가로 돌아섰다.
테마주로 분류된 일부 기업이 테마와 특별한 관련이 없다고 공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16일 LS전선아시아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초전도체 케이블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거나 초전도체 개발에 대한 사실이 없다”고 알린 바 있다. 16일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던 LS전선아시아는 17일 하한가를 기록해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맥신 테마주도 마찬가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아모센스는 이달 18일과 21일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9.97%, 29.91% 상승한 뒤 22일 29.86%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겪었다. 맥신 테마주는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맥신 대량 생산을 위해 맥신의 특성을 재빨리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상승했다.
맥신은 전기전도성이 높고 여러 금속 화합물과 조합할 수 있는 세라믹 물질이다. 다만, 맥신은 제조 과정에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방법이 없어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모센스, 휴비스, 나인테크, 코닉오토메이션, 경동인베스트 등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테마주가 단기간 급등‧급락을 반복하는 이유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테마 사이에 벌어지는 수급 로테이션은 속도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고, 변동성 또한 매우 큰 상황”이라며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이 이슈 테마로 단기 움직임을 계속 가져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하며, 증시 전체가 방향성을 확실히 설정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사례를 계속 목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투자 환경을 보면 신(新)산업 기대감에 따른 가격 모멘텀을 활용한 테마 플레이가 수시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 증권사, 테마주 신용융자 제한 나서
금융당국은 이미 테마주 투자 과열 양상을 지적하고 집중 점검에 돌입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급등‧급락과 관련해 “단기간 과도한 투자자 쏠림과 레버리지 증가, 단타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융자 제한이나 증거금률 상승 등 조치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22일 오후 6시부터 휴비스와 센코 등 맥신 테마주의 신용융자를 중단했다. 유안타증권은 이날(24일) 파이버프로, 엑스게이트, 케이씨에스, 코위버 등 양자컴퓨터 테마주를 신용융자 불가 대상으로 구분했다.
전문가들은 일순간에 급등‧급변할 가능성이 크므로 테마주 투자에 앞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조준기 연구원은 “테마주는 기대감과 이슈에 반응해 올라가고 내려가는 성격이 강하므로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변동성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양지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