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
《리뷰》
럭키 데이 인 파리 / 96분 18초 / 3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그라인 우연히 파리에서 재회한 파니루 드 라쥬 분와 알랭니엘스 슈나이더 분. 서로가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고, 아내 파니의 변화가 곧 남편 장멜빌 푸포 분의 촉에 포착된다. ▶“삶이 얼마나 모순인지, 얼마나 운과 우연의 지배를 받는지”와 “운이란 게 어디 있어, 다 자기가 만드는 거지”의 한판 대결. 한쪽은 마침내 첫사랑과 재회한 알랭의 시선이고, 후자는 그 스스로가 자수성가했다고 믿는 장의 방식이다. 다만 영화는 우연과 노력, 둘 중 무엇이 더 우월한지 따지는 유구한 논쟁에 함몰되지 않는다. 대신 ‘노력은 운에 지배당한다’란 아이러니를 블랙 코미디 장르로 밀어붙이고, 과연 그 무력함이 어떤 국면 중 제일 잘 드러나는지를 연구해 그때 빵Bang 하고 터뜨린다. // 작의 장르는 스릴러기도 하다. 불륜 사실을 알기 된 애처가 장. 그가 불륜녀와 불륜남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특히 푸포는 장을 피해자나 질투의 화신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장은 노력만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 여기는 인물. 배우의 과장된 표정과 집요한 리듬이 그 실체를 한층 선명히 보여 준다. 악역이 사니까 영화도 살고,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도 마지막까지 궁금해진다. 해외의 경우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파니와 알랭 사이로, 이를 지켜보는 장의 얼굴도 포스터에 당당히 삽입돼 있다. // 주인공 알랭Alain과 감독 앨런Allen의 연관성처럼, 제목도 쉬이 지나가기에는 그 함의가 크다. 프랑스 배우들과 프랑스어로 만든 감독의 첫 프렌치 프로덕션으로, 원제 ‘쿠 드 샹스Coup de Chance’에는 ‘뜻밖의 행운’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수양딸 딜런 패로 성추행 논란이 벌어지고, 현재 앨런은 미국 할리우드서 자본도 배우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리버럴한 유럽의 제작 환경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기회가 됐다. 2023년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본작은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나, 스캔들 이후 개봉한 우디 앨런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준수하다는 평단의 호평을 얻는다. 비록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어도 제목대로 뜻밖의 행운이 된 셈이다. // 알랭은 외계인에게 납치됐지만, 현실의 앨런은 아직 창작에 매진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스페인 마드리드가 배경인 51번째 장편 연출작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20)을 촬영한 후, 그는 예산 확보 문제로 더는 창작 본산 뉴욕에서 신작을 못 찍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