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이선주 신임대표, 사내이사 공식 선임
‘맞수’ 아모레, 미국·일본 다변화에 반등 성공
브랜드 다변화…“중저가 브랜드 론칭 변화 뚜렷”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LG생활건강이 로레알 출신 이선주 대표(사장)를 공식 선임했다. 최근 K-뷰티가 중저가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만큼 이선주 사장은 중국 외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다양화된 제품군 확보라는 중임을 맡게 됐다.
10일 LG생활건강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선주 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어진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확정됐다.
이선주 대표의 선임은 전임 이정애 대표가 취임 3년 만에 자진 사임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9월 이뤄진 사안으로 LG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발표되는 11월말보다 두 달 앞서 이뤄진 조기 인사다.
◇이명석 CFO, 주총서 "리더십 변화 통한 위기 극복" 천명
이정애 전 대표 대신 이날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이명석 LG생활건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리더십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명석 CFO는 “대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브랜딩을 통한 중국 사업 반등, 비핵심 사업 효율화, 북미·일본 등 비중국 시장 대응력 제고, 해외 생활용품 사업 확대 등 의미 있는 성과도 거뒀다”면서도 “기대했던 만큼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당사는 리더십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출신으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노하우와 국내외 사업 경험까지 폭넓게 보유한 이선주 사장을 선임했다”고 리더십 변화 이유를 밝혔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전 부회장 이후 20년 만에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했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전 부회장 체제에서 18년 동안 연속 성장을 해왔다. 그러한 성장세를 다시 기대하며 이선주 대표의 영입이 이뤄진 것이다.
이선주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서 30년을 넘게 보낸 마케팅 전문가이자 미국통으로 불린다. 1970년생인 이선주 대표는 로레알 코리아에서 주력 브랜드인 한국 ‘키엘’을 로레알의 럭셔리 부문 글로벌 2위로 도약시켰다.
이어서 마스크팩으로 잘 알려진 ‘메디힐’의 미국 시장 진출과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 대표이사까지 맡으며 글로벌 사업을 운영했다. 카버코리아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가 2017년에 인수한 기업이다.
◇신임 이선주 체제서 중저가 브랜드 육성 집중할 듯
LG생활건강은 이선주 대표 체제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신흥시장 발굴, 중저가 육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LG생활건강은 ‘더후’ 등 높은 객단가의 브랜드를 면세점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면서 매출을 올려왔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고가 럭셔리 제품 수요가 둔화되고 ‘가성비·효능’ 중심 소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뷰티 제품 제조사인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제품의 품질 못지 않게 마케팅·브랜딩 역량이 브랜드의 매출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이 이날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는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1조5,800억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5% 하락한 46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핵심사업군인 뷰티(화장품)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줄어든 471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58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뷰티사업군은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해 들어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헬스앤뷰티(H&B)스토어 등 국내 육성 채널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지속했지만 강도 높은 사업 효율화로 인해 전체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이익도 적자를 나타낸 영향이 컸다.
◇시작된 변화…"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등 브랜드 다양화"
위기 속 LG생활건강은 가격대를 대폭 낮춘 신규 브랜드 출시와 입점 확대에 나서며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와 손잡고 초저가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가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이 최근 출시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히알루론 판테놀’ 4종은 토너, 세럼, 크림, 선크림 등으로 구성됐으며 가격은 495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다이소와 쿠팡 등 소비자 접점이 많은 유통 채널로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CNP 바이 오디티디’를 다이소 전용 브랜드로 출시했다. 해당 제품의 가격대는 5000원대로 저렴한 가격과 접근성을 내세워 소비자층을 넓히고 있다.
주요 소비자층인 시니어 세대에도 중저가 브랜드를 선보였다. 올해초에 선보인 스킨케어 브랜드 ‘프레스티뉴’는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10만원대 이하의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채널 유통까지 진행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으로 뷰티사업군의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더후’를 중심으로 한 럭셔리 라인과 ‘프레스티뉴’ 등 가성비 라인, 모두에 맞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의 재정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면서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사업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실적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