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차를 탄 여자’ 언론시사회…29일 개봉
고혜진 감독 “정려원·이정은 연기 큰 화면에서”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스틸컷.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한국 영화계, 문화계의 보석 같은 두 배우죠. 그런 두 분께서 이번에 엄청난 연기를 보여 주셨고요. 부디 이분들의 클로즈업을 큰 화면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고혜진 감독은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언론시사회에서 “여자들이 이끄는 겨울 배경인 미스터리 스릴러물은 근래 잘 못 본 듯하다. 스릴러만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장르가 또 없기도 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온 주인공 도경정려원 분으로 시작된다. 도경은 경찰 현주이정은 분에게 앞뒤가 다른 진술을 하고, 이로써 모두가 다르게 기억하는 범인과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주 전개다.

2022년 JTBC 2부작 단막극으로 제작됐지만, 러닝 타임 108분인 영화로 공개 형태가 바뀌었다.

현재 SLL중앙 소속인 고 감독은 과거 JTBC ‘청춘시대 2’(2017), ‘눈이 부시게’(2019) 조연출에 이어, 이외에 ‘로스쿨’(2021),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2022)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최근 종영한 ‘마이 유스’(2025)에서도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다.

고 감독은 “조연출로 일하면서 두 분과 사랑에 빠졌고, 대본 역시 기획 때부터 두 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만약 안 한다고 하셨으면 대안이 없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정려원은 ‘검사내전’(2019) 현장을 회상했다. 당시 조연출이었던 고 감독 도움으로 촬영이 무탈히 진행됐고, 이에 감독 입봉작에 꼭 나오겠다고 약속한 것이 출연 이유였다고 설명한다.

영화 ‘게이트’(2018)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는 “내게 영화판은 멀게 느껴지고, 닿을 수 없는 곳으로도 여겨졌다”며 “‘계속 원하고 소원하면 이뤄지는구나’를 요즘에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눈이 부시게’ ‘로스쿨’로 감독과 연을 맺은 이정은은 “그때 고혜진 감독은 티저 제작을 주로 담당했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다”며 “‘뭔가 일을 낼 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어 얼른 차에 올라탔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스크린에서 뵙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크라임씬’도 했고, ‘로스쿨’도 했고, ‘CSI’광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만들기 어렵다는 건 찍으면서 알았다. 긴장감을 위해 한 프레임, 두 프레임 차이로 리듬이 중요하더라. 몇 날 며칠을 밤새우면서 편집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쇼트리뷰Short Review》 대상에 ‘프레임’을 씌우는 일은 지양돼 마땅하다. 그러나 애초 TV용으로 제작됐다는 사전 정보 탓일까. 보는 내내 과거 케이블 영화 채널들이 시도했던 ‘TV 영화’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화를 흉내 내지만, TV 포맷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그때 그 영화들이. 이 영화 또한 ‘진짜 영화’와 대비되게도 한정된 예산과 밭은 제작 기간의 벽을 넘지 못한다. 촬영 세트는 제한적이며, ‘과연 누가 범인인가?’라는 호기심에 모든 걸 의지하려 든다. 감독 전작인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2024)처럼 음악에 과도히 의존, 분위기를 조성하는 패착은 이번에도 반복된다. 그렇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물고 물려 긴장감은 꽤 있는 편. 다만 ‘미드’광이라는 감독의 자기소개와 별개로 추리물로서는 허점이 많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그래서 흡사 우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울러 “트라우마는 인간의 공통분모”라며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는 충분히 공감되나, 이를 직접 대사로 반복하는 구성은 오직 신인 감독만이 저지를 수 있는 치기 어린 실수다. 누가 누구를 죽였냐를 추리하는 것만큼이나 ‘본래 TV용이었다’란 편견과 싸우는 일이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범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