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잉걸스와 군수지원함 건조 협약…국내 조선사 최초 美 군함 사업 진출
미 의회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발의로 한국 내 건조 가능성 열려
조선소 인수·합작법인 설립 검토…한화 이어 공격적 마스가 행보
2035년 매출 10조원 목표에 청신호…미국 방산 시장 교두보 확보
HD현대가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건조에 나선다. 국내 조선사 중 첫 시도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HD현대의 향후 10년 구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최근 미국 방위산업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 지난 4월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군함 건조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로 꼽힌다.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미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비롯해 대형 상륙함과 대형 경비함을 건조하고 있다.
이번 MOA의 핵심은 군수지원함 건조다. 미 해군이 최근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입찰공고를 낸 만큼, 해당 사업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양사는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건조와 함께 상선 및 군함 분야 전반의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HD현대는 이번 MOA로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군함 건조에 참여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 ‘엔데버’함과 ‘아오테아로아’함 등 2척을 성공적으로 인도했다. 한국 해군에도 천지급 군수지원함 3척과 소양급 군수지원함 1척을 납품하는 등 군수지원함 분야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조선소 인수도 검토한다. 헌팅턴 잉걸스와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 인수 또는 신규 설립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조선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도 검토하고, 미 해군과 동맹국 함정의 정비·수리·운영(MRO)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HD현대도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에 직접 참석해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 등 마스가 프로젝트 참여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향후 한국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미국 현행법상 군사 기밀 등의 이유로 미국 군함은 미국 외 국가에서 건조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월 미 의회가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을 발의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생겼다.
법안은 미국 외 동맹국에서의 군함 건조 가능성을 열었다. 현행법이 금지하는 해군 함정과 해안경비대 함정, 주요 부품 등의 건조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나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인도태평양 연안 국가 조선소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게 골자다. 한국은 법안 발의 당시 미국보다 저렴하게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국가로 거론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8월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해군성 고위급과 면담을 갖고 기존 법안의 규제 완화를 위한 세부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계약으로 HD현대중공업의 ‘10조원 매출’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HD현대가 군수지원함 입찰을 따낼 경우 시장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10년 뒤인 2035년 매출액을 10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미포의 도크 일부를 특수선 등 함정 건조 전용으로 전환해 미국 군함을 국내에서 건조함으로써 이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은 “이번 MOA는 미 해군 발주 사업 공동 참여, 미국 내 선박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등 한국과 미국 대표 방산 조선 기업 간 실질적 협력 사례”라며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미국의 방산 시장 경쟁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