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넷플릭스 공개
《리뷰》
굿뉴스 / 136분 16초 / 온라인 시사회
로그라인 출세를 꿈꾸는 엘리트 중위 서고명, 그에게 납치된 여객기를 다시 또 ‘납치’해야 하는 기상천외한 작전이 주어진다. ▶일본 여객기가 공산주의 단체에 납치돼 평양으로 향한다. 영화는 1970년을 배경으로 실화인 일본항공 요도호よど号 납치 사건, 즉 하이재킹을 한국 측 시선으로 각색했다. // 일본 여객기를 일본인이 납치했는데 왜 한국이 끼어야 하나. 영화는 이를 중앙정보부장이 ‘각하’의 치적을 위해 독단 개입한 결과로 묘사한다.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분은 해결사로 아무개설경구 분를 부르고, 이어 아무개는 공군 소속 서고명홍경 분을 작전 관제사로 끌어들인다. 박상현은 납치범을 속이려면 김포공항을 평양인 것처럼 꾸미자는 아무개 및 서고명의 의견을 끝내 받아들인다. // 티저 포스터에 류승범이 없는 이유는, 배우가 그가 가진 재능에 비해 다소 전형적인 역할을 소화했다는 진실과 맥을 같이한다. 무능한 시대와 무능한 정부를 풍자하는 이 블랙 코미디물에서 그는 무능한 권력 역을 맡았다. 윗선 눈치만 보고 아랫사람도 국민도 돌보지 않는 권력자. 깔끔한 외양과 달리 구린내만 가득한 인물이다. 그런 매력적인 인물을 류승범은 또 류승범답게 연기했다. // 변성현 감독과 이번이 네 번째 호흡인 설경구는 그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을 보여 준다. 아무개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어떤 상황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해결사답게 무슨 일이든 뻔뻔스럽게 해치우는 이. 야생성이 줄었을 뿐 그 무심함에서 배우의 전작인 ‘공공의 적’(2002)과 주인공 강철중이 생각난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서는 설경구를 빳빳하게 폈다면 이번 작에서는 다시 구기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 영화는 첫 장면부터 남몰래 허구를 선언한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트루먼 셰이디의 명언. 실은 가짜다. 명언도 가짜, 트루먼 셰이디도 임의로 지어낸 이름이다. 이처럼 변 감독은 실화라는 허울에 기댄 영화의 공신력을 일부러 무너뜨린다. “일어난 사실, 약간의 창의력, 믿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꾸며낼 수 있다는 대사처럼, 그는 요도호 납치라는 ‘일어난 사실’, 그 사실을 영화적으로 비튼 ‘약간의 창의력’, 관객의 ‘믿으려는 의지’를 교묘히 교차시킨다. // 아무개는 제4의 벽을 최소 4차례 이상 깨부수고, 한편 ‘하늘을 내 집처럼 안전하게’가 슬로건인 항공사와 “간혹 집에서 죽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 일본 자위대원의 대립은 관객의 가가대소를 불러일으킨다. 한일 양국 정부의 무능,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불리는 미국의 이중성도 같이 고발된다. 일본 적군파를 더욱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내일의 죠’를 직접 삽입한 것은 감독이 작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영화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전체 줄거리를 요약하는 실로 상업작다운 친절함까지 갖췄다. // 극 중 관료들이 벌이는 책임 회피와 반대로, 감독은 영화를 끝까지 책임지고 만들었다는 인상이다. 특히 서고명이 중앙정보부장의 전화를 받고 그 순간 이어지는 몽타주는 블랙 코미디물로서 본작의 백미다. 다만 갖은 영화적 장치를 동원한 기술 과잉과 ‘나 영화 잘 만들지?’를 뽐내는 의기양양, 136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이 다소 부담스럽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오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