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3000억 규모 경영권 확보, 국내 손보 첫 美 보험사 인수
韓 기업결합심사·美·유럽 규제기관 승인 통과해야 최종 확정
DB손해보험이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그룹의 발행주식 전량 인수를 결정하면서 해외 영업 거점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본격 나섰다. 대규모 자본 유출이 수반되는 만큼 지급여력·자본조달 계획과 감독당국 심사 결과가 거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포테그라 지분 100%를 약 16억5000만달러(한화 약 2조3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테그라는 보증·워런티·특수손해보험 등 비전통 보험상품에 강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총 수입보험료는 약 30억7000만달러, 순이익은 약 1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4분기에는 수입보험료가 7억241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장기간 합산비율은 약 88~90% 수준을 유지해 왔다.
DB손보는 이번 인수로 미국·유럽 시장에서 즉시 영업 가능한 플랫폼과 언더라이팅(신계약 심사)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주로 자동차·장기보험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보완하고 워런티·보증 등 고부가 특화상품의 매출원을 추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포테그라가 주력하는 특화보험군은 대형 단건손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유럽의 규제·소비자 보호 관행과 손해 청구 구조는 국내와 차이가 크다. 따라서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언더라이팅 기준 표준화, 청구관리 프로세스 현지화, 재보험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실행과제가 뒤따를 전망이다.
◆ 자본적정성·지급여력 영향과 대응 선택지
거래 규모는 DB손보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인수대금은 내부 유보자금으로 집행될 예정이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 유상증자·후순위채·자산 유동화 등 추가 조달 수단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과 시가평가 기반의 요구자본 산정은 대규모 자본 지출이 즉각 지급여력비율에 반영되는 구조다. DB가 목표로 삼는 내부 지급여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보완자본 조달과 리스크 이전(재보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 반응도 반영됐다. 인수 발표 직후인 지난 26일 DB손보 주가는 전일 대비 약 2.3% 하락하며 1만2500원대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인수의 전략적 가치와 더불어 자본정책(주주가치 희석·부채비율 변화 등)에 주목하고 있으며, 대규모 자본 집행이 자기자본에 미칠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거래는 국내 규제당국의 기업결합심사 및 미국·유럽 현지 규제기관의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승인 과정에서 요구되는 보완 조건이나 자본확충 요구는 거래 완결 시점과 DB의 재무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테그라 인수는 DB가 미국에서 직접 운영 가능한 사업 플랫폼을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그러나 인수대금 규모가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자본정책과 지급여력 관리를 병행하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