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식품 이어 신사업 비중 확대나서
상품배송·항만하역 등 AI스마트 물류 추진
‘식품업계 위축 대응’ 사업 다각화 펼쳐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공식 유튜브 갈무리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공식 유튜브 갈무리

동원그룹이 김남정 회장 체제에서 기존의 식품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2차전지, 스마트 물류 등 신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의 내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동원그룹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을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으로 변경했다. 이는 김남정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10여 건 M&A로 4대 사업 밸류체인 구축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회장은 1998년 동원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주 부문) 부사장 등을 거쳤다.

김남정 회장은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10여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를 통해 수산·식품·소재·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1969년 원양업으로 출범한 회사가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는 종합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주요 M&A 사례로는 2014년 동원시스템즈의 종합포장재 회사 테크팩솔루션 인수(약 2750억원), 2015년 동원F&B의 온라인 축산유통사 금천 인수(450억원), 2017년 동원산업의 물류사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약 4200억원), 2019년 동원산업의 물류포워딩사 BIDC 인수(약 370억원) 등이 꼽힌다. 여기에 식품업계 역대급 인수로 평가되는 2008년 미국 참치캔 선두업체 스타키스트 인수(약 5000억원)도 있었다.

동원그룹 사옥 전경.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사옥 전경. 사진=동원그룹

◆참치캔 기술로 2차전지 시장 진출

동원그룹은 김남정 회장 체제에서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2차전지, 스마트 물류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사업을 상징하는 기업으로는 동원시스템즈와 동원로엑스가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동원그룹의 2차전지·소재·패키지 계열사다. 이 회사는 통조림, 유리병, 간편식 포장지, 페트병 등을 주로 만들어왔으나 최근 디스플레이 필름과 2차전지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참치캔 제조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2차전지 원형캔 생산에 활용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배터리 캔 제조 시 알루미늄의 균일 가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간의 제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비닐 포장지 제조를 통해 2차전지의 핵심 부품인 알루미늄 양극박 생산까지 이뤄냈다.

김남정 회장은 동원시스템즈의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섰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3월 LG에너지솔루션 출신 정용욱 부사장을 2차전지부문 대표로 선임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 출신 이종민 상무를 2차전지 영업 총괄 마케팅 실장으로 영입했다.

동원시스템즈는 2022년 585억원을 투입해 충남 아산 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등 2차전지 소재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식품 연포장재·레토르트 파우치를 생산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차전지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AI 접목한 스마트 물류로 특화 서비스 확대

스마트 물류는 그룹 산하 물류업체 동원로엑스가 맡고 있다. 동원그룹이 인수한 동부익스프레스는 2019년 사명을 동원로엑스로 변경하고 동원산업이 물류사업부문을 양도받으면서 종합물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동원로엑스는 그룹 내부 물류뿐만 아니라 외부 화주에게도 물류대행, 국제물류(포워딩), 항만하역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원로엑스는 지난해 12월 전북 완주에 화학물질 보관 전용 시설 ‘스마트 케미컬 물류센터’를 준공하며 특화물류시설을 확보했다. 이 시설은 2차전지·반도체·화학소재 산업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의 보관·운송을 총괄하는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해 24시간 사업장 내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등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다.

동원로엑스는 부산과 울산, 광양, 군산 등 주요 거점에 설치된 전용 물류창고와 완주 ‘스마트 케미컬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국내 특화물류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끌 계획이다.

또 다른 물류 계열사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은 지난해 3월 부산 신항에 문을 연 스마트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DGT는 하역부터 이송 및 적치 보관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등 수요 증가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남정(앞줄 오른쪽)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경남 창원 DGT에서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앞줄 왼쪽)과 만났다. 사진=동원그룹
김남정(앞줄 오른쪽)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경남 창원 DGT에서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앞줄 왼쪽)과 만났다. 사진=동원그룹

◆‘필요에 답하다’ 새 슬로건으로 변신 의지 표명

동원그룹의 2차전지, 스마트 물류 등 신사업 확장은 내수 침체와 경쟁 심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김남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동원그룹이 김재철 명예회장 체제에서 기업 확장을 위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설립했던 것처럼 도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올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필요에 답하다’를 선포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필요에 맞춰 지속 가능한 변화와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사업 재편을 통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성장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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