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천 면세점 임대료 25% 인하 강제조정
“법적구속력 없어”…다음해 임대료 600억원 증가
인국공, 강경입장 고수…“임대료 인하, 배임행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면세점. 사진=자체DB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면세점. 사진=자체DB

법원이 신라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분쟁에서 신라면세점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크지 않고 인국공이 ‘임대료 인하는 배임행위’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신라면세점이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과 인국공의 면세점 임대료 조정을 담당하는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5일 각사의 법률대리인에 강제조정안을 보냈다.

강제조정안은 법원이 결정한 적정 임대료가 적혔다. 법원은 임대료에 연동된 이용객당 단가를 기존 입찰가액의 75% 수준으로 책정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안이 확정되면 신라면세점은 연간 약 583억원의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요청한 ‘임대료 40% 인하’보다는 낮은 금액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운영 적자를 이유로 인국공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인해 면세점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의 임대료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당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고정 임대료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2023년 7월에 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 임대료도 늘어나고 반대로 이용객이 줄면 임대료도 감소하는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전환했다. 인국공과 면세점 사업자 간의 리스크를 배분하고자 마련된 형태다.

그러나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나더라도 면세점 이용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면세업계는 임차료 경감을 요청했다.

인국공은 1차 조정기일에서 임대료 인하 불가 입장을 밝혔으며 2차 기일에는 불참했다. 법원은 조정 결렬으로 판단하고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먼저 법원은 신라면세점이 요청한 조정에 대해 결정을 내렸고 비슷한 소송을 제기한 신세계면세점도 이번주 내로 결과를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인국공은 이전부터 “임대료 인하는 공사가 받아야 할 수익을 포기해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국공은 법률 자문을 통해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국가계약법, 공공기관운영법 위반은 물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인국공은 이번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조정안이 확정되 2주 전에 이의 신청시 조정안은 무효화되며 추후 정식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인천공항공사

신라면세점 입장에서 인국공의 강경한 태도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다음해에 내야할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올해보다 6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국공에 따르면 현행 여객 수 연동 방식 임대료 제도가 유지될 경우에 다음해에 신라면세점이 지불해야할 임대료는 올해보다 636억원이 늘어난 3800여억원에 달한다.

다음해에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과 아시아나항공 이전에 따라 여객 수 증가가 예상되며

기존 매장에 적용되던 영업요율이 아닌 여객 연동 방식으로 임대료가 재산정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술·담배·화장품·향수 매장 임대료로 2023년 804억원, 2024년 2029억원을 냈다. 올해는 2333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신라면세점은 ▲수수료 인하 계속 요구 ▲위약금 지불 후 인천공항에서 철수 ▲기존대로 영업 지속 등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만약 신라면세점이 위약금을 지불하고 인천공항에서 철수한다면 위약금 규모는 1900억원 수준이다.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한다면 롯데면세점이나 중국 국영 면세기업 ‘CDFG’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나치게 원칙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면세점 업계가 매출 부진으로 매월 약 80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과는 달리 인천국제공항의 실적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3469억원, 영업이익 3398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2%, 3.3% 증가했다. 여객 수 역시 3636만명으로 개항 이래 최대치다.

게다가 인천공항 전체 수익의 65%가 비항공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면세점에서 나오고 있다. 면세점은 단순히 입점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인프라 구축까지 이뤄내며 국가 이미지 향상을 이뤄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 연동 방식으로 변화할 때부터 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라며 “국내 면세업계가 흔들린다면 인천공항공사의 실적도 줄어들게 된다. 면세점이 공항경쟁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상생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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