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내란·김건희·해병의 3대 특검, 검찰청 폐지, 야당과 전 정부 인사 수사 등은 모두 내란 종식과 직결되어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모드로 돌입했다. 야당은 여당과 특검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당의 검찰개혁도 강성 분위기 일색이다. 검찰의 수사권 존치는 보완수사권 차원이라도 아예 말도 꺼내기 어렵다. 2022년 미완에 그친 ‘검수완박’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장관의 ‘속도조절론’도 여당의 강성 분위기에 묻혔다.
특검의 대상과 기간 연장 등의 특검법 개정안,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내란특별법,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 등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도의 강도 높은 내란 청산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수사와 단죄는 사건이 발생한 1979년에서 한참 떨어진 1995년에서 1997년 이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례가 없다. 특별재판부는 1948년의 반민족행위처벌특별법에 의한 특별재판부와 4·19 혁명 이후 개정된 헌법 부칙에 의한 것 이외엔 처음이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여당의 지금의 기세로 볼 때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여러 난점들과 논쟁적 요소들보다 본질적인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내란종결의 불완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토양 못지 않게 여권의 강성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다름아닌 야당 자신이다. 제1야당의 당 대표 경선이 끝나면 야당은 경선 기간의 정치적 레토릭을 끝내고 중도에 소구하는 제스처라도 취할 줄 알았다. 현 단계의 여야 관계는 역대 최악의 강대강 구도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상호 상승작용으로 적대의 골이 깊어져가는 악순환은 내년 지방선거와 내란 관련 이슈가 사라질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측면이 한국정치 일반의 문법인 정치양극화와 다른 양상의 근본 원인을 구성하고 있다.
여권의 내란관련 법안과 검찰개혁의 속도와 내용이 관점에 따라 논쟁적이고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사법부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정도다. 오죽하면 대통령과 해당 부처 장관이 ‘신중론’을 폈을까. 그럼에도 동력을 잃지 않는 것을 여당의 숫적 우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은 국민들에게 알량한 법적실증주의가 내란 재판을 그르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힘을 지지하는 강성 국민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국힘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대한 실망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동혁 국힘 대표의 취임 일성은 “이재명 정부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마치 항일투쟁결사대의 선봉에라도 서겠다는 비장함을 보여줬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아무 비장감이도 당위성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정치적 퍼포먼스로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야당은 기본적으로 명분에서 취약하다. 그들이 볼 때 특검법 개정 등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극우와의 절연을 선언해야 한다. 급기야 극우 유튜버가 국힘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군소 극우 정당들에게 공천하라는 청구서를 들이미는 지경에 이르렀다. 까도까도 나오는 김건희 씨의 매관매직을 연상케 하는 기괴한 몰입 등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지 못하는 정당이 무슨 명분으로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를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아예 내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하더라도 당의 주요기반인 영남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강성 지지자에게 소구하는 것이라고 고백한다면 그 용기나 기백이 가상할 만하기라도 하겠다. 극우와 절연하지 못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현 정권을 독재라고 한다면 누가 이에 수긍하겠는가. 아무리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극우와의 동행에서 정치적 과실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의 초나라 사람이 배에서 칼을 물에 빠뜨리고 그 위치를 뱃전에 표시하고 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른바 각주구검(刻舟求劍)이다. 언제까지나 국힘은 보수의 정체성에 소구하지 않고 퇴행과 반동의 인식에 갇혀서 살려고 하는가. 건강한 보수의 부재가 정치를 온통 대립과 대결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지금의 정세는 내란의 종식이 당위이며, 약간의 과도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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