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8월 5일,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의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사실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언론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십수 배에 달하는 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우선 법 개정을 통해 허위 조작 보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곱절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배액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배상액에는 별도의 상한을 두지 않으며,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 직접 보도인지 인용 보도인지에 따라 차등적으로 금액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칫 언론사 전체가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도 상정할 수밖에 없는 조치로 보인다. 배액 손해배상은 보도·인용·매개된 내용이 허위로 입증되고, 그 과정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음이 확인될 경우에 적용된다. 이때 보도에 ‘악의’가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곧 고의나 과실에 의한 허위 보도만으로도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위는 규제 대상에 유튜브도 포함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러한 언론 개혁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에 적용할 경우, 언론은 이른바 ‘단독’ 보도 작성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타 언론 보도를 인용할 때에도 해당 보도의 사실 여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언론은 기사나 칼럼 작성 시 자체 취재를 통해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론에 대한 ‘입막음’ 또는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방식의 ‘언론 개혁’이 노출할 수 있는 문제 가운데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윤석열 정권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었고, 당시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제기됐던 의혹 중 상당수는 사실로 드러난 측면이 있다. 만약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당시에 적용되었더라면, 윤석열 정권 당시 의혹 제기를 한 언론사나 기자는 당시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징벌적 손해 배상으로 인해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지불한 이후, 시간이 지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미 발생한 언론사와 기자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가 원수를 상대로 한 언론사의 징벌적 손해 배상 액수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일 것이기 때문에, 후에 해당 사안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피해 복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사가 파산하거나 기자가 경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나 국회의원 같은 공적 권한을 가진 존재에 대한 ‘용기있는 보도’는 쉽지 않게 된다.
한마디로, 정치·사회적 권력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언론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물론 유튜브 채널에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다. 상당수 유튜브 채널은 게이트 키핑 기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 판단에 따라 정보가 사실인 양 왜곡돼 피해를 양산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레거시 미디어에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레거시 미디어는 나름의 게이트 키핑 시스템을 갖춘 언론 매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명백한 악의(actual malice)를 가지고 허위 사실을 보도한 경우에 한해서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제도는 ‘악의’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언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정책과 법 개정을 쏟아내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전방위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목적이나 방향이 현 여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존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이 말하는 ‘개혁’이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대 의견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자신들이 무오류이며 절대 선(善)이라는 착각에 빠져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라도 언론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언론을 위축시키는 일은 자제하길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