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정청래 의원이 선출된 이후, 정청래 대표는 갖가지 측면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당 대표가 된 배경 때문인지, 정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부터 강성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 받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취임 인사차 야당들을 방문할 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패싱한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진보와 보수가 극단적으로 갈라진 사회에서조차 보기 드문 행동이었다.

거기에 정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힘 해산을 주장하며 ‘내란 정당’이라는 단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물론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라는 이유로 위헌 정당 심판을 청구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 그에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조국 전 대표의 등장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는 사면받자마자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사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조차 “조국 전 의원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지났는데,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조 전 대표의 언론 노출 빈도는 매우 높다. 감옥에서 나온 직후 현충원으로 직행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비롯해, 이른바 ‘라방’도 시작했고, 과거처럼 활발한 SNS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그가 올린 된장찌개 사진마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우를 먹고서도 된장찌개 사진만 올렸다는 것이 바로 그 논란의 핵심이다.

이렇듯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국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자, 상대적으로 정청래 대표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지고 있다. 또한 조국 전 대표의 사면 복권으로 인해 ‘불공정 문제’의 상징인 ‘조국 사태’가 다시 소환된 탓인지, 사면 복권을 해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에는 미미한 변화만 있을 뿐이다. 한국갤럽이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직전 조사 대비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에 대한 부정 평가는 5%P.나 상승했지만,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1%P. 정도만 상승했다. 부정적 의미에서의 ‘조국 효과’가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조국 전 대표는 “중도 진보라는 왼쪽이 비어 있다. 그 역할을 저희가 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진영이, 넓은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좋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민주당보다 더 왼쪽으로 가는 진보 노선을 추구할 것을 천명했다. 이 부분은 중요한데, 이제 정청래 대표와 조국 전 대표 사이에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가장 곤경에 처할 인물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들 두 정당 혹은 두 정치인 사이에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경우, 중도와 보수층은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둘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모든 정치인들의 꿈은 대권을 잡는 것이기에, 일단 지지층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 무한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과 대통령 사이에 물밑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야당이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기 힘든 상황일수록 여권끼리의 선명성 경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민주당은 진짜로 국민의힘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청구를 행동에 옮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그 역풍은 고스란히 이재명 대통령이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아무리 ‘반탄’ 세력이 국민의힘을 지배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는 계엄 해제를 위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했던 인물이고, 1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당 결의안에 동조했음에도 국민의힘 전체를 내란 정당으로 규정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다면, 중도나 합리적 보수들은 너무 ‘과도한’ 정치 행위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성 보수와 합리적 보수가 힘을 합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여기에 중도층도 가세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정부의 입지는 매우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주당의 입장에서 낙관할 수 있는 지방선거의 승리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에 대한 확실한 장악력을 보여주며 선명성 경쟁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면 위기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느 정도로 당을 장악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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