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1년여 만에 당 대표에 복귀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대한민국 정치에 있어서 지금까지 관성처럼 해 왔던 것들을 과감히 바꿔내겠다”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정당정치의 모든 것을 나사 한 조각부터 재설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치적 상상력의 영역이지만 보수의 재편을 연상할 수 있다. 8월 22일로 예정되어 있는 국민의힘 전대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당내지형으로 볼 때 김문수·장동혁 후보 등 탄핵 반대파의 우세가 점쳐진다. 국힘은 친윤·친한·친길(친 전한길)·당권주자·혁신위가 뒤엉켜있는 난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혁신당과 국힘의 쇄신파가 보수 재편을 해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개혁신당은 의석 3석의 미니정당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기에 힘이 부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단체장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참패했다. 이러한 전례로 볼 때 이 대표가 보수 재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보수 재편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자신의 지난 대선 득표율에 대입해 보면 군소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말하는 ‘정당정치의 모든 것’을 어떻게 ‘나사 한 조각부터 재설계해 나가겠다’는건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이미 일상인 여야 대치는 바뀌기커녕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협치 메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경선에선 국힘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청구, ‘내란 동조 의원’ 제명 등의 강성 메시지가 이어졌고, ‘협치보다는 내란 척결’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명시적으로 협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3대 특검이 전방위로 몰아치는 상황은 국힘 내부의 구주류와 친윤 들에게 혁신 거부의 명분을 주고 있다. 이는 여야의 극단 대결로 이어지고, 국힘의 내부 혁신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형국이다.
정당구도가 이와 같다면 구조적으로 통합과 협치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만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여야가 상대를 여전히 적으로 간주하는 현 상황에서 진영논리 역시 더욱 강고해진다. 여야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 국면에서 강성 메시지를 내놓는 측의 우세가 이를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영정치의 강화는 당의 주류 그룹이 강성 지지자들을 상대적으로 더 의식하게 됨으로써 여야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하여 민생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 과정 자체를 무위로 만든다. 통합·협치가 이성적인 사회적 합의와 선순환하는 구조의 창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다.
국힘의 내부는 좌충우돌 분열과 충돌로 피아 구분 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친한계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과 친윤계로 당권 출마자인 장동혁 의원의 충돌은 물론이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힘을 탈당했지만 윤핵관 권성동 의원과도 2021년 대선 경선을 소환하면서까지 수위 높은 공방을 벌인 바있다. 국힘 당무감사위는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당 윤리위에 요구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이에 반발했다. 이미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 윤희숙 혁신위원장 등 비윤 인사들이 나름 혁신을 시도했지만 당의 기득권은 철옹성이다. 친윤이 점령하고 있는 당 지도부와 60여명에 이르는 친윤계는 난공불락이다. 부정선거 음로론과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전한길씨의 입당과 오히려 이를 극단세력과의 연결고리로 삼으려는 구주류의 퇴행적 행태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러한 야당의 내부 지형이 여야 협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국힘의 사분오열은 사실상 당의 심리적 분당을 결과하고 있다. 국힘이 해체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불가능하다. 국힘의 수도권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초재선 의원들은 정국구도를 관망만 한다. 이런 정당이 과연 존재했는지 모르겠다. 분당을 전제로 한 ‘수도권 정당론’이 나오지만 이 역시 세력과 이를 추동할 리더십의 부재로 당위론에 머무른다.
개혁신당의 의석이 비록 3석이지만 이럴 때 가능성 여부를 넘어 보수 재편의 의제라도 띄워서 궤멸 일보 직전인 보수 재건에 시동이라도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대표는 마냥 보수 재편에 NO만 외치지 말고 보수 재편을 통한 정계 개편을 시도해 봐야 한다. 국힘 내부의 ‘개혁’세력이 이에 조응한다면 스멀스멀 출몰하는 극우의 준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국힘은 보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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