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당은 정권의 획득을 위하여 정치적 의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치적 결사체다. 정치적 의사와 신념을 개진해도 권력쟁취가 목적이 아닌 정치집단과 다른 점이다. 정권을 수중에 넣고 자신들이 주요 지위를 차지하여 정치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그래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과정과 생각이 국민 일반의 보편 의지와 배치된다면 이는 정상적인 정치집단의 수준을 넘어서 개인의 사욕을 채우려는 파벌로 전락한다.
지난해 초헌법적 불법 계엄 이후 한국정치는 어둠의 터널을 뚫고 헌법 절차에 따라 민주주의를 복원시켰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파면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21세기 정치에서 상상 불가능한 역사의 퇴행을 빠져나왔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 내란 혐의의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정권을 내어줬지만 그들 내부의 주류를 둘러 싼 내홍은 단순히 갈등 수준을 넘어 ‘반동’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대선에 도전했던 인물이 당권 도전을 선언하고, 부정선거론과 음모론을 무기로 세력을 동원하고 역주행을 서슴치 않았던 인사가 10만명을 입당시켜 당을 극단세력의 수중에 넣으려는 작금의 모습이 제1야당 국힘의 초현실적이지만 현실이다.
국힘 내부에서 뚜렷이 갈리는 두 가지 흐름은 앞서 언급한 경북·대구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친윤 세력과 쇄신을 앞세우는 개혁파이다. 안철수·조경태·한동훈 등의 그룹과 김문수·전한길·장동혁 등의 친윤 지향의 세력의 대결 구도에서 당장은 후자가 유리해 보인다. 우선 당내 경선 룰이 당심 80 대 민심 20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윤 어게인’을 외치고 탄핵을 반대했던 세력이 전당대회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힘은 영락없이 내란당·계엄당이 되기 십상이다. 국힘의 어느 중진 의원은 ‘대선에서 41%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으니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할 필요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논리를 우리는 괴변이라 칭한다. 41%는 탄핵을 반대하는 유권자의 지향이 아니었다. 다양한 정치적 생각이 결합되어 나타난 표심이며, 지금 국힘의 정당 지지도는 2020년 당명 변경 이후 최저이다.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8월 22일 당 대표 경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국힘의 친윤 구주류가 ‘탄핵의 바다’를 건널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탄핵 반대 당론’ 유지가 앞으로 3년 가까이 남은 차기 총선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탄핵과 대선 정국에서 국힘과 구여권이 보여줬던 행태는 수구와 퇴행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해병 특검은 전방위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하고 있다. 특검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높다. 국민은 지난 정권의 검찰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주고 내란 혐의의 윤 전 대통령의 석방을 돕는 등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 당일 국힘 일부 의원들의 모호한 행동 등은 여전히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황과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지금의 국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상황을 오판하거나, 오히려 수구 반동의 행보가 극단세력을 결집하여 구주류 친윤 그룹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 있다.
8월 22일 전당대회는 국힘과 보수세력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정치적 이벤트다. 구주류의 대척에 있는 세력은 연대를 통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권성동·나경원·윤상현 등 탄핵 반대와 윤 전 대통령 체포저지를 주도했던 이들 외에 지역의 정서를 이용해 수면 아래에서 기득권을 향유하며 자신들끼리 세력을 형성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을 이기지 못하면 국힘의 미래는 물론 보수는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
언더 찐윤, 친윤, 구주류 등이 ‘변화보다 퇴행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TK라고 항상 민심이 갇혀 있는 게 아니다. 소장파와 개혁 세력이 강한 연대를 형성하고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여 당내 구주류를 실력으로 제압할 마지막 기회가 8·22 전대다. 친윤 핵심에 대한 인적청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전대에서의 개혁세력의 승리가 필요하다. 국힘이 ‘파벌’이 아닌 ‘정당’이기 위해서도 개혁세력의 전대 승리는 절실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