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개봉
발레리나 / 124분 36초 / 28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그라인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이브 마카로아나 데 아르마스 분, 암살자 조직에서 킬러로 성장해 복수극을 펼친다. 《리뷰》 작금 할리우드 액션 영화 팬들의 불만은 명확하다. “왜 액션에 부적합한 배우가 액션을 벌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런 지적은 유독 여성 배우에게 집중된다. ‘블랙 위도우’(2021)에 이어, 올 4월 개봉한 ‘썬더볼츠*’(2025)에서 옐레나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의 키는 160cm.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에 루스 뱃세라프로 첫 등장한 시라 하스의 키는 5ft 2in, 즉 157cm다. 일부 관객은 두 배우를 가리켜 액션이 시원스럽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야 동작이 시각적으로 커지고, 모름지기 막힘없는 액션에 이것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 내달 6일 개봉하는 ‘발레리나’에서, 주인공 이브를 연기한 아나 데 아르마스의 키는 168cm. 앞의 두 배우보다는 크지만, 액션 스타로서 분명 큰 편은 아니다. 아울러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 등 여러 액션작에 출연했으나, 그간 데 아르마스를 ‘전문’ 액션 배우로 여긴 이도 그다지 많지 않다. 출세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서는 인공지능AI 홀로그램을, ‘나이브스 아웃’(2019)에서는 히스패닉 간병인을 연기했을 뿐이다. 그가 ‘존 윅’ 시리즈 스핀오프 주연에 낙점된 건, 액션 대신 스타성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다소 우세했다. / 그러나 ‘토탈 리콜’(2012)을 끝으로 영화감독으로 긴 휴식기에 들어갔던 렌 와이즈먼 감독이 마침내 그를 진짜 액션 배우로 만들었다. 정확히는 와이즈먼 감독뿐 아니라, ‘존 윅’ 시리즈의 감독이자 이 영화의 제작자이고 이번 역시 주요 액션 시퀀스를 진두지휘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데 아르마스를 액션 배우로 재탄생시켰다. 이브는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며 발레리나이자 킬러로 성장한 인물. 영화는 복수를 “선택”한 이브와 킬러의 삶을 끝내려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을 병치, 그 대비를 극 전반에 걸쳐 강조하지만 실상 이것은 양념에 불과하다. 또한 선택에 “고통”과 “증오”를 덧씌우나, 본식本食은 손에 쥔 각양각색 무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액션의 향연이다. / ‘액션의 향연’이라는 고루한 표현과 비교되게도, 영화는 초반부터 얼굴에 화살이 박히고 고작 맨손 격투지만 몰입도가 뛰어나다. 특히 이브의 액션은 원元주인공 존 윅보다 날렵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굼뜨지가 않다. 잔기교는 줄이고, 배우가 직접 액션을 소화한다는 인상이 뚜렷이 전달된다. 도끼로 얼굴을 휘둘러 찍는 모습이 꽤나 강렬하다. /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영화는 잔혹하기가 그지없다. 일부 장면에서는 장기臟器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 잔혹함이 선을 넘지 않고, 오히려 창의적으로 표현되려 애쓴다. 예를 들어 적에게 산탄총을 쏠 때, 그를 반투명 비닐로 감싼 채 쏴서 내부만 피범벅이 되도록 연출한다. 직접적이기보다 은유적이고, 그만큼 더 자극적이다. 연출의 의외성도 강점이다. 무기상에게 무기를 소개받는 클리셰적 전개 도중, 갑작스레 적이 들이닥친다. 마치 아군 로봇이 아직 합체를 마치기 전인데도 적이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느낌이다. 그 직후 이어지는 일명 수류탄 시퀀스는, 총기 액션이 송곳이라면 이는 태산을 쏟아붓는 격이다. 무조건 강-강-강 일색이 아니고 강약 조절도 탁월하다. 특히 화염방사기와 화염방사기, 화염방사기와 그 대항 무기가 정면충돌하는 후반부 액션이 21세기 액션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손꼽힐 만하다. / 27일 기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일별 박스오피스에서 ‘슈퍼맨’은 9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하 쥬라기 월드 4’은 7위, ‘F1 더 무비’는 2위를 기록 중이다. 다른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 비교해 ‘발레리나’는 초능력 외계인이 등장하는 ‘슈퍼맨’보다 액션이 격렬하고, 다시 또 섬에 들어가는 ‘쥬라기 월드 4’에 비해 서사가 탄탄하며, 엔진의 맹렬한 굉음이 지축을 울리는 ‘F1 더 무비’ 못지않은 박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배우의 키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 준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액션을 어떻게 설계하고, 배우가 그것을 통해 어떤 매력을 발휘하냐다. “왜 액션에 부적합한 배우가 액션을 벌이고 있는 거지?” 액션 영화에서 부적합한 배우는 없다. 부적합한 것은 언제나처럼 연출과 설계일 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