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산하 VC 165억원 규모 마이크로디지탈 CB 인수
저금리, 無리픽싱, 풋옵션 2년후 등 발행사 우위 조건 부각...“FI 신뢰도 기반은 긍정적”
2~4회차 미상환 CB물량 누적...총주식 15.38% 달하는 매도 물량 발생 가능
‘1만4000원 vs 2만7000원’ 엇갈리는 전문가 목표주가...중장기 우상향 가능할까

마이크로디지탈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주요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기업 파커하니핀과의 전략적 제휴에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 출자한 벤처캐피탈(VC)의 전환사채(CB) 투자까지 이끌어내면서 회사 주가도 연일 상승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다만 가시적 영업실적 상승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는 한편, CB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누적됨에 따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누적) 부담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에 기업의 밸류업과 오버행 부담의 충돌이 반복되는 흐름 속 적절한 투자 타이밍을 가늠하는 투자자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마이크로디지탈은 전일 165억원 규모의 4회차 CB발행을 결정했다. 조달자금 활용 방안은 ▲일회용 2D Bag 생산시설 및 BM 제품 최종생산시설 구축 ▲인도 및 미국 현지생산 및 운용자금 등이다. 

금리 수준은 만기이자율(연복리) 1%, 전환가액은 1만214원으로 책정됐다. 전환물량 규모는 161만5429주로 현 상장주식총수(1801만4903주)의 8.96%에 달한다.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능 시점이 2년 후부터 도래한다.

저금리에 리픽싱은 제한됐으며, 풋옵션 압력도 2년후부터 도래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종합적으로 발행사 우위의 자금조달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무적투자자(FI)는 ‘한국투자 바이오 소부장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로 한국투자증권이 지분율 19.3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GP를 맡고 있다. 납입일은 이달 31일로 예정됐다.

일반 사모투자펀드(PEF)가 아닌 국내 초대형 금융기관 산하 VC가 선별해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이목이 끌리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뢰도 높은 한투계열 VC라는 점에서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일반적 CB투자와는 달리 전환후 중장기 지분보유 및 장기보유 전략에 상대적으로 열려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든다”며 “특히 호재성 이슈만으로 투기적 매수세를 유도하는 상투적 방식의 시세조종 차익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란 안심과, 기업 성장 및 수익성 극대화가 주가흐름과 어느 정도는 일치할 것이란 신뢰를 기반으로 후속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 수년간 실적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왔다. 지난 3개사업연도 연매출액 규모를 보면 ▲2022년도 88억8369만원 ▲2023년도 108억3985만원 ▲2024년도 115억3327만원으로 점진적 성장을 이뤘다. 2년간 각각 22.02%, 6.39%씩 연매출이 성장한 셈이다. 재작년부터는 영업실적이 흑자로 전환해 연평균 5억8000만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같은 점진적 성장에 더해 올해 4월경에는 글로벌 소부장 기업 파커하니핀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북미시장에서 마이크로디지탈의 일회용 세포배양 시스템을 파커하니핀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PL(Private Label) 방식의 사업진출 구조를 만들었다. 마이크로디지탈은 해당 전략적 제휴로 인해 ▲글로벌 유통만 판로확대 ▲기술력에 대한 높은 신뢰도 획득 ▲R&D 확장 및 제품군 포트폴리오 강화 기반 마련 등 다방면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마이크로디지탈의 성장 잠재력과는 별개로 CB 누적이라는 잠재적 주가 부담 요소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번 4회차 CB발행으로 회사는 2·3·4회차 CB가 차례로 누적되며 합계 265억원가량의 미상환 사채를 쌓게 됐다. 기발행 사채권 2회차 CB 약 15억원, 3회차 CB 85억원 규모가 남아있으며 전환가액은 각각 5370원, 9691원이다. 

CB물량의 전량 주식 전환을 상정할시 무려 1850만4613주의 매도물량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이는 현 상장주식총수의 15.38%에 달하는 규모다. 

이같은 변수들로 인해 적절한 매수시기를 가늠해야 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환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2회차 CB의 매도시점에 단기적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해 매수시점을 유보하는 전략도 관측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CB의 오버행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속, 회사의 밸류업이 이를 상쇄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가 우상향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경 마이크로디지탈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증시 상황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1만4000원 수준으로 예견했다. 한편, 같은달 IBK투자증권의 보고서에서는 목표주가가 2만7000원까지 제시되는 등 전문가들의 예측이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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