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분리 1년..조 부회장 김건희 집사게이트 연루
탄소 섬유 등 신사업 성과 기대 속에 타격 불가피
APEC ABAC 의장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 우려
조 부회장 내달 1일 조사 출석..결과에 이목 집중

HS효성 서울 마포 본사
HS효성 서울 마포 본사

HS효성이 분리 독립 1년 만에 ‘김건희 집사 게이트’ 수사에 휘말리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부터다.

특검팀은 김건희 집사로 불리는 김 모 씨가 임원으로 재직하던 벤처기업 IMS모빌리티(이하 IMS)에 대기업과 금융투자사들이 총 184억원을 투입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쟁점은 해당 투자사에 HS효성 산하 모빌리티 계열사 4곳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HS효성 계열 모빌리티 4개 사가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렌터카 플랫폼 기업 IMS에 35억원을 출자를 결정했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조 부회장이 지분 80∼100%를 가진 개인회사 및 지배회사 아래에 소속돼 실질적으로는 단일 지배구조 하에 동일한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룹 차원의 관여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은 지난해 7월 효성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며 공식 출범했다. 이후 첨단소재, AI, 모빌리티 등 핵심 사업 부문을 이관받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회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틸코드 등 3대 타이어 보강재를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꼽힌다.

이 중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 부문은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26%,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며 HS효성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재원 마련을 위한 스틸코드 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매각 이후에도 주력사업인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는 전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완성차 2대 중 1대에 공급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HS효성은 스틸코드 매각 자금을 토대로 AI 데이터,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독자 개발한 탄소섬유 ‘탄섬(TANSOME®)’과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ALKEX®)’는 항공우주, AI, 국방, 조선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며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중국까지 확대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신사업과 주력 사업의 시너지로 HS효성은 지난해 대비 25% 이상 성장한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이 지난 15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APEC 공식 초청장을 전달했다. 사진=HS효성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이 지난 15일 베트남 하이퐁에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APEC 공식 초청장을 전달했다. 사진=HS효성

이는 분리독립 후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조현상 부회장이 연루된 이번 특검 수사가 향후 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너의 사법 리스크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신사업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조 부회장이 참여하는 글로벌 외교 일정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 부회장은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관련한 ABAC(기업인 자문위원회) 의장으로서의 중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사법 리스크로 인해 조 부회장의 외교 활동과 APEC 관련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여론에 HS효성은 집사 게이트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검토해 추진한 투자였다는 설명이다.

조 부회장도 APEC 기업자문위원회 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 일정을 이유로 출석 일정을 한 차례 조정했으나 다음달 1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향후 조사 결과와 그룹의 대응 전략에 따라 조현상 부회장이 제시한 기업의 미래상과 사업 추진 계획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 마포 본사에서 진행한 창립 1주년 행사에서 “우리가 이룬 1년은 단순한 기업 활동이 아니라 창업 그 자체였다”며 “구성원 모두가 HS효성의 경영자이자 창업자이며 파운딩 스피릿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 더 큰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검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이전보다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겨 경영 신뢰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신사업 방향성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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