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배터리·공조 집중 투자로 핵심 경쟁력 강화
비주력 사업 정리하며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 단행
AI 중심 조직 개편으로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 나서

“선택과 집중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와 견고한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구광모 LG 회장. 사진=LG

구광모 LG 회장이 올해 3월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핵심 전략을 제시하며 강조한 메시지다. 구 회장은 “모든 사업 영역에서 동시에 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며 투자 우선순위 재정립과 전략 분야 집중을 주문했다.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OLED 투자로 디스플레이 패권 공고화

새 정부 출범 후 첫 조 단위 대규모 투자에 나선 LG디스플레이가 주목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OLED 기술력과 생산설비 확보를 목표로 경기 파주 등 국내에 1조26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자금을 활용한 리쇼어링 투자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OLED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프리미엄 OLED 기술 기반 패널과 모듈 인프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 지속 확장되는 OLED 시장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OLED 시장은 연평균 5% 성장해 2028년 약 1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OLED 디스플레이. 사진=LG
OLED 디스플레이. 사진=LG

특히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리쇼어링은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총 투자금 1조2600억원 중 약 7000억원이 파주를 비롯한 경기도에 집중 투입된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이후 국내에서 진행되는 첫 대규모 투자로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중소 협력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간접 투자 확산효과가 대표적이다. 이번 투자는 대규모 직접 설비 구축에 집중되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 생태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지역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낙수효과가 예상된다.

◆배터리 사업, 글로벌 경쟁력으로 400조원 수주 달성

최근 배터리 사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400조원을 넘는 대규모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3위 완성차 업체 체리자동차와 203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리차는 자사 고급 전기차 모델에 LG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난공불락이었던 중국 완성차 업체 시장 진입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자국 기업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잠재 시장에서의 미래 성장 기회 창출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 합작으로 설립한 인도네시아 첫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가 대표 사례다. 해당 공장은 연간 10GWh 규모로, 전기차 약 15만대에 장착 가능한 배터리셀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4월 본격 양산 개시 후 4개월 만에 수율 96%를 기록했다.

◆공조 사업 육성하며 전기차 충전기는 정리

사진=LG
사진=LG

LG전자는 일찌감치 공조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예측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착수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공조 사업을 생활가전 담당 H&A사업본부에서 새로 신설한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의 핵심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독립 사업본부 설립을 통해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3년 만에 종료하며,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을 단행했다.

냉난방공조 시장은 AI 인프라 확산으로 전세계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열 관리가 인프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냉각 기술의 효율성은 단순한 운영비 절감을 넘어 ESG 평가와도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대두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핵심 역량을 활용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접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 수처리 필터 사업 매각으로 포트폴리오 집중

LG화학은 올해 첨단소재사업본부 내 워터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수처리 필터 사업 매출은 지난해 2200억원으로 LG화학 총매출의 0.45% 수준이다. 자산 총액은 3770억원으로 회사 전체의 0.4%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AI 중심 조직 혁신으로 AX 기업 전환

LG유플러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AX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통신 서비스 익시오(ixi-O)가 대표적이다. 익시오는 엑사원을 활용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올해 LG유플러스는 구글과 기술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 3월 중동 현지 최대 통신사인 자인그룹(KSA)과 익시오 중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차별화된 AI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업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전경. 사진=LG

◆과거 관성 탈피, 주도적 변화 강조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절박감을 가지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타파해야 한다”며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매몰되며 경쟁력이 약화되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실현하지 못했으며, 이런 모습이 그간의 관성이었다”고 주도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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