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21대 대선 후 열흘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정권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이재명 정부의 통합에 대한 강한 집념의 진정성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핵심 과제로 삼은 내란종식, 경제회복, 국민통합은 절박하고 절실한 목표들이다. 이 세가지는 각자 다른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 상호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종식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내란 모의 세력까지 확실하고 분명하게 단죄하고 처벌해야 한다. 한국현대사에서 왜곡과 허구가 진실과 본질을 호도하고 이의 결과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가 갖은 편견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극심한 증오의 진영정치를 결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불법무도한 계엄을 모의한 세력에 대한 추상같은 심판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수사가 늘어지거나 과도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을 임기 초부터 밀어부쳤다. 그러나 박근혜는 스스로가 비정상의 극치인 ‘국정농단’을 낳았고. 문재인은 임기 내내 이어진 적폐수사가 결국 윤석열을 끌어들임으로써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설을 갱신하며 정권을 내줬다.

내란 세력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고 단호하게 이루어질 때 김문수를 찍었던 유권자도 정권에 대한 지지로 선회할 수 있다. 이재명 정권은 압도적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을 거머쥔 막강한 정권이다. 여대야소의 정권이 개헌을 제외하곤 모든 입법과 정책에서 절대적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강한 국가(strong state)의 면모가 오히려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강할 때 상대를 제압하고 싶은 욕망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역대 정권은 전임정권을 비리와 부조리, 부정의와 부패로 악마화하면서 자신의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조성하곤 했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 정국은 다시 대결과 갈등의 정치로 회귀하게 된다.

개헌 이외의 중위 수준의 정치개혁, 즉 공직선거법과 선거관련법의 개정 등을 통한 제도적 보완, 정치행태에서의 제도적 자제와 관용 등이 전제되어야 통합의 진정성을 국민이 받아들이고 그렇게 되면 야당은 저항할 명분을 잃게 된다. 국민의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할 것이고 국정동력은 자연스럽게 힘을 얻게 된다. 결국 타협과 관용, 권력의 자제가 결과적으로 집권세력의 개혁동력이 탄력을 받게 만든다. 이 평범하고 상식적 정치를 몰각해 온 게 지난 날의 정치이고, 결국 스스로를 몰락의 심연으로 빠뜨리는 우를 범해 온 것이다.

이에 더해 인사에서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이한동, 박태준 같은 보수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을 국무총리로 기용하곤 했다. 이헌재를 금융위원장으로, 이규성을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에 발탁하기도 했다.

권력구조에서 타협과 절충의 연합정치가 필수인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강력한 여권이 야당에게 손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열흘간의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윤석열은 이재명과 한 번 만났고 그것도 차담회로 갈음했다. 그렇게 인색한 정치가 결과한 것은 45년전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불법계엄이었다. 이를 누구보다 인식하고 뼈저리게 느낄 법 했을 정치인이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겠는가. 이제 시작이지만 이재명을 찍지 않은 60%의 유권자(투표율 79%와 득표율 49% 감안)들은 호시탐탐 이재명 정권의 실족을 기다릴지 모른다. 그래서 정권 초기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통합’이다. 이를 실질적 법안이나 구체적 이슈에서 제도적 실천의 차원으로 승화시킨다면 이재명 반대 세력과 소극적 방관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민심의 향배다. 당장 야당과 갈등을 빚는 방송법, 상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의 처리를 단순 다수결로 밀어붙일 것인가, 최대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제를 발휘할 것인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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