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주도로 아이스크림 브랜드 경쟁
허희수, 배라 출시 40주년 맞아 AI 활용
김동선, 푸드테크 내세워 벤슨 시장안착 속도
올여름 아이스크림 시장이 SPC그룹과 한화그룹의 경쟁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47)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36)이 주도로 아이스크림 시장에 새로운 전략과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다. 이들이 처한 시장 상황은 다르지만 제시하는 전략이 인공지능(AI), 푸드테크 등 새로운 기술력 중심이라는 점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인 베러스쿱크리머리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의 출범 기자간담회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벤슨 1호점에서 개최했다.
벤슨은 원유와 유크림을 활용해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했다. 국산 아카시아꿀과 탄자니아 싱글 오리진 초콜릿 등 고급 원료를 사용한 ‘고급화’ 전략을 펼친다.
무엇보다 벤슨은 김동선 부사장 주도로 론칭됐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비전,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등 그룹 내 6개 계열사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으면서 외식을 비롯한 유통 부문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2023년 미국 프리미엄 수제 버거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왔다. 브랜드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사업 추진의 전 과정을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파이브가이즈는 7호점을 오픈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후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를 인수했다. 스텔라 피자는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브랜드로 로봇이 반죽 확인부터 조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또 음료 제조 전문 업체 ‘퓨어플러스’까지 사들이면서 한화그룹의 외식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급식·식자재업체 아워홈 인수에 8700억원을 투자했다.
김동선 부사장이 식품사업의 첨단화에 큰 관심을 갖고 ‘푸드테크’와 관련 깊은 업체들을 추가로 사들이거나 선보이는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벤슨도 푸드테크를 강조했다. 아이스크림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인공 유화제를 넣지 않고 품질 유지를 위해 자체 공장 시설도 포천에 마련했다.
이날 벤슨 출시 기자간담회에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브랜드 출시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민우 베러스쿱크리머리 대표는 “김동선 부사장이 모든 플레이버(맛)가 다 맛있어야 한다고 지시를 했다. 직접 플레이버를 맛보면서 의견을 전했으며 이를 반영해 최종 제품이 결정됐다”며 “김동선 부사장은 벤슨 론칭에 많은 부분을 관여하면서 피드백을 줬고 제품 결정에도 의견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김동선 부사장과 한화그룹 측은 벤슨이 신생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해 원재료와 체험형 공간 구성, 푸드테크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강조하는 형태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아이스크림 시장을 선도해온 SPC그룹은 허희수 부사장 주도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아이스크림 시장 자체를 더욱 키운다는 목표다.
지난 15일 SPC 배스킨라빈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새로운 비전 브랜드 비전 ‘I.C.E.T’을 발표하고 미래형 전략 매장 ‘청담점’을 공개했다,
I.C.E.T는 혁신(Innovation), 협업(Collaboration), 환경(Environment), 기술(Technology)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배스킨라빈스의 4가지 미래 전략을 의미한다.
새로운 비전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기술 경쟁력이다. SPC그룹은 배스킨라빈스의 제품력에 인공지능(AI)을 더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배스킨라빈스는 새로움을 넘어 시장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브랜드로 진화해 나가겠다”라며 “배스킨라빈스가 지난 40년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과 고객 신뢰, 기술력, 문화적 감각은 누구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다. 그 토대 위에 AI(인공지능) 기술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의 요소를 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스킨라빈스의 새로운 사업전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포가 새롭게 선보인 청담점이다. 청담점에서는 AI가 고객 정보를 분석해 개발한 아이스크림 및 디저트류를 선보인다. 또 소비자의 취향 분석을 비롯해 기분과 날씨 등에 따라 메뉴를 추천한다.
대표적인 메뉴가 AI로 개발한 ‘오미자 오렌지 소르베’, 디저트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는 ‘디저트 테라스’ 코너, 청담점 특화 메뉴인 ‘모찌 라이브’와 ‘포켓 모나카’다.
여기에 청담점은 공간 배치 기존 점포와 달리 간결하고 절제했다. 대신 소비자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제품 진열을 최소화해 체류 시간을 늘렸다.
허희수 부사장은 이전부터 ‘푸드테크’ 미래 먹거리로 삼아 SPC그룹 전반에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압도적인 시장 선두인 SPC그룹 입장에서도, 신생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출범한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푸드테크’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는 달리 소비자의 니즈(욕구)가 세분화되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거리감이 컸던 식음료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제품 개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