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전통적 선거이론에 의하면 선거를 좌우하는 요소는 인물·구도·이슈다. 그리고 ‘바람’과 예측치 못한 막말 등 돌발 변수 등이다. 21대 대선은 ‘구도’가 다른 변수를 압도한다.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의 특성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보수진영내에서 강성우파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문수 후보를 선택했지만 본선 후보로서는 가장 약체의 후보다. 국힘의 어느 후보보다도 일관되게 탄핵을 반대했고 외연 확장력에서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강성우파 집단에서의 지지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국힘은 어떻게든 계엄을 적극 비난하고 반대하며, 탄핵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그룹을 후보로 선출했어야 했다. 그래야 기본적으로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국힘에게 불리한 구도를 상쇄하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국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거 국면에 돌입해서도 중도층이나 강성우파가 아닌 보수가 기대했던 극적인 반전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김 후보 스스로가 선두에 나서 이를 견인하지 않았다. 계엄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이는 기존 국힘의 소극적인 사과의 연장에 있다. 한동훈, 안철수 등 경선 후보들의 입장과는 괴리가 크다. 이런 이유로 김 후보는 진영내에서의 화학적 결합마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 조차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얻은 득표보다 한참 못 미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왜 국힘과 김 후보는 친윤에 연연하고 탄핵에 대해 전향적으로 태세 전환을 못하는 것일까. 선거공학적으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성우파의 탄핵에 대한 태도를 거슬리게 되면 집토끼가 달아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선거 패배 이후 당권 장악을 위해 강성우파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도 확장 전략과 배치되기 때문에 김 후보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투 트랙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모든 표를 흡수할 수는 없다. 현대정당을 망라형 정당, 포괄지지 정당(catch all party)이라고 한다. 좌우 중도의 표 모두를 흡수하는 게 목표인 정당으로서 이념정당과 대중계급정당을 탈피하고 있는 현대정당의 추세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게 국민 일반의 보편적 시대정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중도보수를 강조하면서 압도적 승리를 위하여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통합의 시대정신과 맞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국힘이 수구적 이념론에 매몰되어 있는 공간을 파고들고 있다.

김 후보는 선거 시작 첫 날 ‘자유 통일’ 등의 이념을 강조했다. 게다가 ‘자유통일’을 ‘공산통일’과 대비하면서 강성우파의 지지에 호소하려 하는 구태한 전략의 일단을 선보였다. 이렇게 해서는 중도로 확장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탄핵 반대파가 내세운 철 지난 반공 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유’라는 단어가 갖는 정치철학적 의미와 차별성을 지니는 수사로 인식되는 것은 ‘태극기 세력’의 ‘태극기’가 갖는 수구적 상징성과 중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7년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530여만 표 차로 따돌리고 압승했다. 당시 투표율은 63%에 머물렀다. 이번 선거가 이 기록을 깨지 않으려면 국힘은 지금이라도 전향적 태도로 극적 반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의미가 있게 된다. 만약 선거 승리보다는 선거 이후의 특정 지역의 기득권과 공천권 등을 의식하여 반이재명을 기치로 정치이익에 몰두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목표라면 이는 선거 승패와 무관하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민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반사이익에 의해 지지도의 큰 차이를 보인다면 국힘은 지금이라도 국민 일반의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요인 들 중 하나인 책임성을 다하는 것이다. 국힘이 진영내에서조차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는 이유 역시 탄핵과 관련한 시대정신과 민주적 인식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불과 보름 앞이다. 선거가 단순히 권력자를 가리는 작업이 아니라 주권자의 일반의지를 모아서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리더십을 가려내는 작업이 되려면 승패와 관계없이 주권자가 무엇을 원하며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지를 명징하게 인식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국힘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민주당의 승리를 전망하는 판세 분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