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둘러싼 상황은 실로 가관이었다.

당헌·당규에 따라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5월 10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끌어내리더니, 같은 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 동안 후보 등록을 받겠다는 공고를 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후보 등록 서류를 준비해 오프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었다는 것은, 김문수 후보의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예측'을 사전에 했던 이들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예측'이라면, 이는 예측이 아니라 ‘예언’에 가깝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국민의힘 지도부는 왜 김문수 후보를 그토록 끌어내리려 했고, 굳이 후보를 교체하려 했을까?

지도부가 들 수 있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김문수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일 후보의 경쟁력이 문제였다면, 그런 후보를 뽑은 당원과 당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후보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게다가 그렇게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한덕수 후보를 대선 승리를 위해 선택하려 했다면, 그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대선 경선에 참여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나 한덕수 후보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여기에 바로 문제의 핵심이 있다.

만약 한덕수 후보가 타 후보와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지지율을 기록했다면, 입당한 후 경선을 치르더라도 당원과 여론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기에, 경선 자체가 한덕수 후보나 당 주류에게는 위험 요소였을 수 있다. 그래서 결국 당내 경선이 끝난 후 단일화를 통해 한덕수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추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질문이 생긴다. 경쟁력이 압도적이지도 않고, 계엄에 동조하지는 않았으나 탄핵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담판에서도 ‘당에 일임한다’는 말만 반복한 인물을, 왜 그토록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만들고자 했는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이 의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자.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민주당이 씌운 ‘내란 프레임’을 걷어낼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고, 친윤계가 옹립한 후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피한다면, 오히려 민주당의 공세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셈이 된다. 이는 대선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당에 일임한다’는 말만 반복한 점은, 정치판이라는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과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문수 후보와의 경쟁조차 회피하는 듯한 인상이 강한데, 어떻게 더욱 강력하고 거친 상대 정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맞설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김문수 후보를 내쳐야 한다는 두 번째 이유는, 그가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 22차례 언급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그 이유로 후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국민의힘에게 있어 대선 후보 경선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당헌·당규에 따라 치러진 경선 결과보다, 단일화 약속의 이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당 지도부는, 당원들이 단일화 약속을 전제로 김문수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들이 총선에서 내세운 공약을 지키지 않았으니,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회의원도 임기 도중 강제로 몰아낼 수는 없으며,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책임 귀속성’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데, 대의민주주의의 기둥인 정당이 이를 부정한다면 과연 공당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며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들이 과연 보수 정당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법치다. 그런데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주류 세력이 정당을 제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모습은 결코 보수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보수의 핵심 가치에 대한 문제다.

김문수 후보가 다시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귀환’했다고 해서 사태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앞서 제기한 여러 의문이 해소되어야만, 국민의힘이 어떤 정체성을 가진 정당인지 알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의힘 주류가 벌인 무리수는, 다행히 당원들에 의해 바로잡혔다. 이 일을 통해,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을 지탱하는 주체가 주류가 아니라 당원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이제 국민의힘이 어떤 모습으로 대선에 참여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여기서 특정 주류 집단의 이익이 보수 진영의 이익보다 우선시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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