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6·3 대선이 40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환점을 돈 민주당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90%에 가까운 누적 득표율(충청 88.2%, 영남 90.8%)을 기록하면서 ‘추대식 같은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4월27일 권역별 순회 경선이 끝난 뒤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국민의힘은 22일 2차 대선 경선에 진출할 4명을 확정했다. 찬탄 2명(한동훈·안철수) 대 반탄 2명(김문수·홍준표)으로 팽팽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에 진출한 후보 4명의 ‘1대1 토론’ 대진표가 확정됐다. 24일은 ‘김문수-한동훈’, ‘안철수-김문수’ 후보가, 25일은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두 차례 연속 양자 토론을 진행한다.
이로써 각 토론 모두 ‘찬탄파(안철수·한동훈)’ 후보와 ‘반탄파(김문수·홍준표)’ 후보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토론회 마지막 날(26일)에는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4인 토론’을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1대1 토론을 마친 뒤 오는 27~28일에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2차 경선을 진행한다.
경선 결과는 29일 발표되는데, 만약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대선 후보로 바로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인 2명의 후보가 오는 30일 양자 토론을 거친 뒤 5월3일 전당대회에서 3차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현재 여론의 흐름으로 봐서 2차 경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누가 '빅2' 결승행 티켓을 거머쥘 것인가? ‘한동훈 대 김문수’ 또는 ‘한동훈 대 홍준표’ 또는 ‘김문수 대 홍준표“ 등 세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일각에선 찬탄 후보 1명, 반탄 후보 1명씩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가 '탄핵 반대파'인 나경원 후보를 꺾고 4강에 진출한 것은 보수 지지층이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김문수·홍준표 후보 중 1명과 함께 '찬탄파' 중 안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한 후보가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반면, ’찬탄파'인 안 후보가 4강에 진출하면서 한동훈 후보의 표심이 분산되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 표심이 김문수·홍준표 후보에게 더해지면서 이들이 1, 2위로 결선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변수는 (1) 지지율 (2) 임기 단축 개헌 입장 (3)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 수용 여부다. 지지율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상대해 누가 이길 수 있는지 본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최근 국힘 후보 지지도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문수 하락, 홍준표 상승, 한동훈 상승‘ 양상을 띠고 있다. 한국갤럽 4월 3주(14일-16일) 조사에서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전 대표가 38%를 기록해 자신의 최고치(37%, 12월3주)를 경신했다. 구여권 후보 지지도는 홍준표·김문수 후보가 7%였고, 한동훈 후보가 6%로 뒤를 이었다. 2월 2주 조사에서 12%를 기록했던 김문수 후보는 7%로 절반 가까이 빠졌고, 홍 후보는 2%포인트, 한 후보는 1%포인트 상승했다.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되었다. 김문수 후보는 4월 1주 9%, 4월 2주 12%, 4월 3주 8%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인 반면, 홍준표 후보는 4% →7%→8%, 한동훈 후보도 4% →5%→6%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홍준표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12%로 가장 높았으며, 한동훈(10%), 김문수(9%), 안철수(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주목할 사항은 홍준표 후보가 스윙보터인 20대와 30대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4월 3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20대에서 21%인 반면 홍준표는 15%를 기록했다. 이는 김문수(2%), 한동훈(1%)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30대에서 홍 후보는 14%인 반면, 김문수 1%, 한동훈 3%였다.
물론 현재의 여론조사 수치는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추세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홍 후보에게 유리하다.
모든 후보는 개헌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5년인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2028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홍준표 후보는 “3년 대통령은 난센스”라며 “2030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같이 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한동훈 후보는 “임기 단축 없이는 개헌에 성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2026년 6월, 지자제 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임기 단축 개헌은 ‘반이재명 빅텐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핵심 동인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누가 이번 대선을 ‘이재명의 호헌 세력 대 개헌 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갈 적임자인지가 투표 결정에 중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덕수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일부 후보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탄핵당한 정부의 총리가 대선에 나오면 '탄핵 대선'이 된다”며 한 대행의 출마 자체를 비상식적이라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부정적인 입장에서 선회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 권한대행께서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출마하신다면 내가 후보가 되더라도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은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는 ‘한 대행 차출론’을 가리켜 "거칠게 비유하자면 '테마 주 주가조작'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은 능력이 출중하나 이번 대선에 출마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한 대행 출마론과 관련해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면서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진정성 있게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를 수용해 ‘반명 빅텐트’ 만들 수 있느냐가 당심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덕수 대행은 지난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회적 불출마 선언이다. 그런데 17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6월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 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선택을 받을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다만, NBS 4월 3주 조사(14-16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정 인식은 66%, ‘바람직하다’는 긍정 인식은 24%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변수다. 한 대행은 23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 통상협상’을 앞두고 주한 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방문했다. 한미 안보 동맹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은 24일 권한 대행으로는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추경안 통과 협조를 요청하고 미국과의 협상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시정 연설을 ‘대선 출마 선언’으로 규정하고, 본회의에서 침묵으로 항의 뜻을 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행의 연이은 외부 활동에 대선 출마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시정연설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이후, 한 대행이 출마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 사퇴 시한(5월4일) 전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29일 출마 여부를 밝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제 ‘한덕수의 시간’이다. 한덕수 대행은 ‘역사와의 대화’를 통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공직자로서 마지막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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