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 김문수 전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이런 그가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하자, 불출마 이유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제기되는 해석은, 최근 있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재지정과 관련이 있다는 설(說)이다. 애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동 단위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서울시가 해당 제도를 해제하자마자 강남, 서초, 송파는 물론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으며, 확대 지정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부동산 문제는 지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실패한 정책들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정권 재창출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은 정치판에서 핵심적 변수로 작용하며, 이런 측면에서 오세훈 시장은 유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 특히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강남 3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 시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오세훈 시장이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출마설과 관련해 오 시장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주장이 거론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대선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한 권한대행이 최근 대통령 지명 몫의 헌법재판관 두 명을 임명한 것을 두고, 그의 출마를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게다가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에 출마하느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대해, “여러 요구가 있어 고민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언급은 출마 의사가 있다는 쪽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주미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관 특유의 직설을 피하는 언어 습관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은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오세훈 시장과 이미지상 상당 부분이 겹칠 수 있다. 오 시장이 내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강점은 다선(多選) 서울시장으로서의 행정 경험과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서 보면, 한 권한대행이 더욱 앞선다. 이로 인해 오 시장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결국 대선 불출마를 결정했을 수 있다.

이제 관심은, 오세훈 시장의 불출마가 어떤 후보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에 쏠린다. 그가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동훈 전 대표가 일정 부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반면, 홍준표 시장이나 김문수 전 장관에게는 직접적인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인물 모두 우파 진영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어, 오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크지는 않아, 오 시장 지지층이 두 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오세훈 시장의 공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홍 시장과 김 전 장관은 오 시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대선 주자들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과거 ‘비상계엄 선포’라는 상상조차 어려운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에 탄핵당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후보로 대선에 임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들은 무엇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 없이 대선에 나선다면, 이는 곧 중도층의 지지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세훈 시장처럼 중도층에 호감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에 타격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오세훈 시장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당 전체의 이미지를 ‘중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강성 우파 이미지’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예외 없는 규칙에 충실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분명한 태도와 노선을 갖추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