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
《리뷰》
드라이브 인 타이페이 / 100분 26초 / 10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제목에 ‘드라이브’가 들어가고, 무엇보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 출신인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실제로 몇몇 질주 장면은 4DX 포맷에 어울릴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왜’ 운전대를 잡게 됐냐는 행위의 동기에 있다. 즉 그 분노의 감정이 과연 어디서 피어났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더욱 적절한 감상법인 것이다.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 존 롤러루크 에반스 분는 익명의 밀고를 받고 마약 밀매 조직의 수장 강 회장성 강 분을 잡으러 대만 타이베이로 향한다. 약속대로 강 회장의 비밀 장부를 손에 넣은 존은 접선차 머물던 호텔에서 과거 연인이었던 조이구이룬메이·계륜미 분와 그녀의 아들 레이먼드와이엇 양 분를 마주친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존. 조이는 존과 헤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렸고, 당시 자신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강 회장뿐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영화는 액션물은 단순하다는 세간의 인식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특히 조이는 극의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인물 중 하나다. 강 회장의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아들 청請에 곧장 태도를 바꾸는데, 그 과정에서 내면의 고뇌가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개연성도 이에 못지않다. 고작 숨을 고르는 동작 하나로 달리는 차량 내 운전자를 정확히 저격하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그려진다.
영화 ‘트랜스포터’ ‘테이큰’ 시리즈로 유명한 프랑스 유로파코프 제작답게 액션은 시원시원하다. 존과 그의 동료가 잠입 수사 중 펼치는 주방 액션이 아주 인상적. 웍으로 날아드는 칼을 막는가 하면, 별안간 떨어진 조명에 머리를 부딪히는 슬랩스틱 요소도 더해진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배우를 동원, 그 옛적 청룽성룡식 액션을 서구적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더해 4DX 포맷은 머리 양옆으로 바람을 뿌리고, 얼굴에 물을 살포해 몰입감을 배가한다. 좌석 역시 영화 내용 따라 거칠게 요동치는데, 팝콘은커녕 콜라 한 모금 못 마실 정도로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두고두고 곱씹게 하는 것은 주인공 간의 삼각관계다. 샤워를 끝낸 조이에게 강 회장은 “돌봐 준 지 15년이 지났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되지 않냐”고 묻는다. 조이는 그런 강 회장을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곧 화면은 암전된다. 영화는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마음이 남은 존과 조이 그리고 오랫동안 조이를 흠모해 온 강 회장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둘을 갈라놓고 존 대신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 되려는 강 회장의 심리가 소구점이다. 클라이맥스에서 강 회장은 조이와 레이먼드를 납치하고 “내가 너희에게 얼마나 잘했는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대하냐”고 항변한다. 이 장면에서 그는 악역이라기보다 상처 입은 로맨티시스트처럼 보인다. 아울러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의 생떼로도 읽힌다.
후반부에는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영화 ‘연인’이 실제 등장하며 로맨스의 밀도를 한층 높인다. 두 사나이가 맨손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다. “조이가 날 사랑해 주길 15년이나 기다렸다”는 강 회장의 항변은 ‘연인’ 중 배우 류더화유덕화가 연기한 레오의 “난 지금껏 당신만 사랑했다”는 고백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여자가 죽고 두 남자는 사는 그런 새드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느 액션 영화처럼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플래시백 남용으로 인물 감정선이 희미해진 점은 아쉽지만, 결국 삼각관계라는 전가의 보도가 본작을 끝까지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