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
《리뷰》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 124분 36초 / 1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배우 르네 젤위거가 다시 ‘브리짓 존스’가 됐다. 비록 ‘노처녀들의 희망’이라는 설정은 옅어졌지만, “왕팬티” 하나에도 1편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아직 여전한 유머와 슬랩 스틱, 또한 중년 여성이 겪는 상실과 회복의 서사를 통해 ‘뉴 챕터’라는 한국 부제를 꽤나 성실히 이행한다. 엄마가 된 브리짓이 ‘여자’를 넘어 ‘나’라는 주체성을 되찾는 성장 서사로서 그 면모가 눈부시다.
‘또?’라는 물음표가 ‘또!’라는 기대로 끝나는 마법 같은 수작이다.
―사랑하는 남편 마크 다아시콜린 퍼스 분를 사고로 잃은 지 4년.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 분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방송국을 떠난 채 정체된 일상을 이어 간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설치한 틴더에서 열정적 연하남 록스터레오 우달 분와 우연히 재회하고, 육아와 일, 연애를 병행하며 거듭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아들 빌리캐스퍼 크노프 분의 학교에서 직업 발표회에 참석한 브리짓은 프로듀서인 특기를 살려 과학교사 월리커추이텔 에지오포 분와 생물의 생애를 주제로 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발표를 지켜보던 빌리는 아직 아버지 마크를 잊지 못한 채 생명이 죽으면 정말 모든 게 끝나는지를 조심스럽게 묻고, 월리커는 세상에 영혼은 없다고 답한다.―
영화는 인생의 빛과 어둠을 차분히 응시한다. 사별과 실연, 노화와 같은 소재를 유쾌히 다루되,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성의 상실과 나의 상실의 상관 관계다.
극 초반 브리짓은 자신을 “완전 무성애자”로 묘사하나, 록스터와의 관계를 통해 도로 활기를 찾는다. 그러나 ‘섹스를 통해 여성성을 회복한다’는 단편성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화장품과 토이 보이 같은 외적 치장은 결코 해답이 아니며, 특히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 두 자녀를 둔 싱글 맘”이라는 의사의 조언 역시 영화가 ‘여성성을 회복하라’는 것에만 천착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다. 결과적으로 여성성 상실이 곧 나의 상실을 뜻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로맨스의 묘사는 깊고 섬세하다. 첫 만남, 첫 데이트, 게다가 2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뜨거운 밤을 보내는 장면까지 감정의 결이 생생하다. 죽은 남편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 또한 고요한 톤으로 정제돼 표현되는데, 젤위거는 아카데미 수상자답게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넘어 그 이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다행히 영화는 마크에 대한 회상과 유령적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도 유지한다. 말하고 싶은 핵심은 과거가 아닌 지금 그리고 미래기 때문이다.
시리즈 특유의 유머 감각도 여전하다. “밤새 침대가 부서지도록 사랑을 나눴다”는 고백에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젊어 보이려다 중풍에 걸린 노인이 됐다”는 농담이 이어진다. “쓰레기”가 이만큼 웃긴 단어였나. 비극도 희극으로 만드는 브리짓이라는 인물의 본질을 되살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