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민 회장, 재무통 이끌고 사내이사 복귀
흑자전환에도 재무구조 악화에 순손실 거듭
경쟁 격화 속 금융비용·원가 절감 급선무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5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다. 사진=깨끗한나라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5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다. 사진=깨끗한나라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5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다. 지속된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최병민 회장 본인이 주요 현안을 챙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지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최병민 회장의 복귀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과 금융비용 절감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너 2세’ 최병민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1952년생인 최병민 회장은 1980년부터 깨끗한나라를 이끌어왔다. 그러던 중 2020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장녀인 최현수 대표에게 대표직을 물려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현수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때는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겨우 마무리된 시기였다.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논란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해성 논란은 근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봉합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됐다.

깨끗한나라는 최현수 대표 체제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마스크 제품 출시, 반려동물용품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동시에 2022년 베트남에 새 법인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입지 강화에도 힘썼다.

다만 실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현수 대표 취임 첫해인 2020년에는 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 130억원 ▲2022년 3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2023년에는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2024년에도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깨끗한나라의 주력인 PS(제지)부문이 2022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업황이 악화된 탓이 컸다. 식품, 제약,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친환경 종이 원료 생산포장재 ‘백판지’를 아시아 국가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등 경쟁 업체들이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고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적이 악화되면서 재무 상황도 나빠졌다. 깨끗한나라의 2021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2343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9월말에는 3009억원까지 28.4%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부채비율은 220.9%, 차입금 의존도는 54.6%에 달한다.

최현수 대표 체제에서 깨끗한나라가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가운데 부친인 최병민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병민 회장이 경영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등기임원인 만큼 경영 판단에 입김이 강해지게 된다.

깨끗한나라 최현수 대표. 사진=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 최현수 대표. 사진=깨끗한나라

최병민 회장과 함께 이사진에 합류하는 인물들의 면면도 주목된다.

특히 최병민 회장의 장남이자 최현수 대표의 동생인 최정규 HL(홈앤라이프)글로벌영업팀장은 이번에 사내이사직에 재선임된다. 그는 2022년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최정규 팀장은 2024년 3분기 기준 깨끗한나라의 지분 16.12%를 보유하고 있다. 누나인 최현수 대표의 지분 7.7%보다 두 배 많다. 최정규 팀장이 보유한 지분 규모 때문에 이전부터 후계구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이외에도 재무전문가가 대거 이사진으로 합류하는 점도 흥미롭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12월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박경열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박경열 전무는 아워홈 해외전략사업 상무, DL이앤씨 재무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로 평가된다.

깨끗한나라 각자 대표로 내정된 이동열 전무. 사진=깨끗한나라
깨끗한나라 각자 대표로 내정된 이동열 전무. 사진=깨끗한나라

새롭게 깨끗한나라의 각자 대표로 선임된 이동열 전 CFO도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이동열 각자 대표는 LG디스플레이 회계담당 상무, LG화학 금융담당 상무를 맡은 재무통이다.

그간 깨끗한나라가 재무구조와 금융비용에서 약점을 드러낸 만큼 재무 전문가를 이사진에 대거 배치해 재무 안전성 강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례에서 보듯 장기적인 실적 저하와 부채 증가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된다면 기업의 신용도도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깨끗한나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지난해에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의 하락은 기업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기존보다도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깨끗한나라가 순손실을 줄이기 위한 금융 비용 절감 및 자산 효율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최병민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함께 재무통의 전면배치가 이뤄진 만큼 대대적인 수익성 개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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