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지난 25일의 최종변론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은 극우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사실상의 궐기 메시지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기각을 전제로 임기단축 개헌의 의지도 보였다. 파면돼도 사실상의 상왕 노릇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겠다는 심산으로도 읽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21대 대선은 역대 대선과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로 극우세력이 선거의 중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대선은 양 진영이 최대로 결집하므로 선거에 출전한 정당뿐만 아니라 지지자들도 세 대결의 양상을 보이며 극심한 대립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세 결집을 보였던 보수 세력을 견인해 온 중심이 반공주의, 반중정서, 부정선거 중국배후론, 헌재 부정 등 빛 바랜 퇴행과 색깔론을 끌어들인 극우적 사고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탄핵 찬반으로 갈라진 여론지형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선거를 통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접점과 타협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게 선거의 존재이유이잠, 권력정치의 속성상 결국은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 선거다. 이번 선거는 탄핵 변수를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전망과 플랜이 선거의제가 되어야하겠지만 그렇다고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과 탄핵정국에서의 처신 등은 대선 주자로서 중요평가 대상이다. 선거는 평가와 전망 양자의 성격을 모두 갖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탄핵정국에서 급속히 부상한 극우세력에 편승하여 보수층 결집을 모색했지만 기실 그들은 광장에 얹혀 스스로 보수의 가치를 몰각했다. 보수가 지향하고 보수해야 할 법치주의와 질서를 내팽기치듯이 극우에 몸을 얹었다. 헌재 부정과 탄핵 반대를 사실상 당론화하고 버치의 절차에 대해 끊임없는 시비로 일관했다.
선거에서도 이렇게 한다면 승리할 수 없다.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탄핵에 대한 입장을 급선회한다면 극우로 결집한 보수우파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헌재 결정에 불복할 수도 있는 입장을 비치다가 지난 24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에 불복할 방법은 현실의 사법 시스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국민의힘의 퇴로를 차단하면서 임기단축 개헌의 의지까지 내비졌다. 여전히 스스로는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은 헌재 재판정에서 ‘민주당이 내란을 조작하고, 탄핵을 부추긴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의 얼개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이러한 ‘공작’을 획책한 세력에 의해 대통령이 파면됐으므로 이를 받아들인 헌재는 사라져야 한다는게 광장의 극우의 논리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이 주장을 배척해야 헌재에 승복하는 게 된다. 그러면 국힘을 지지하는 세력의 상당수가 국힘에서 이탈할 수 있다. 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진 않겠지만 국힘으로서느 큰 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어정쩡하게 극우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선거는 치르나마나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의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탄핵 찬반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60대, 70대 이하에선 이미 대세는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고, 중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론에 사기라고 비난하지만 중원의 비옥한 토양을 버리고 궁벽한 우측의 끝으로 달려간 사람들은 누군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항소심 판결 결과와 시점에 따라 정국의 앞날을 가늠할 수 없다. 대통령 파면과 이 대표 무죄 또는 의원직 상실을 면하는 벌금형이 동시에 충족될 때 광장극우의 분노 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수 많은 경우의 수가 있지만 하나같이 극한의 뇌관을 안고 있는 변수들이다. 헌재와 법원의 시간이 오고 있다. 사법이 나라를 좌우하고 있는 형국에 처했다. 진영, 여야, 갈라진 국민 모두 헌재와 법원의 판결에 승복해야 하고, 헌재 법원 역시 절차적 공정성의 차원에서 흠결이 없도록 전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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