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 오너일가가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직원과 비교하면 18.1년 빠른 셈이다.
특히, 오너일가 4명 가운데 1명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지난 2023년 결산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을 대상으로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대기업집단은 63곳이며 인원은 총 212명(남성 175명·여성 3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 30.4세에 입사했으며 입사 4.4년 만인 평균 34.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들 중 사장단 이력이 조사된 167명의 경우 입사 후 사장 승진까지 소요된 기간은 12.9년으로 집계됐다.
CEO스코어는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더 빨리 임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밝혔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부모세대는 평균 30.7세에 입사해 4.5년 만에 임원을 달고 13.2년 만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반면, 자녀세대는 평균 30.2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4.3년, 사장단 승진까지 12.5년이 걸렸다.
그런가 하면, 전체 인원 중 경력입사자는 92명(43.4%)으로 집계됐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전체의 25.5%인 54명이었으며, 이들을 포함해 임원 승진까지 5년 미만이 걸린 인원은 전체의 59.4%(126명)였다.
실제로 입사와 동시에 임원에 오른 오너일가가 5명 이상인 그룹은 영풍과 OCI 등이었다. 이와에도 신세계와 현대해상은 각각 3명, 롯데와 두산, KCC, 세아, 유진, 대신증권, 한솔 등은 각각 2명의 오너일가가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달았다.
입사와 동시에 바로 사장단에 오른 오너일가는 전체의 4.2%인 7명으로 집계됐다.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지현 OCI드림 대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등이다.
반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로는 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이 있다. 박 전 상근고문은 1979년 SK네트웍스 입사 후 16년 만인 199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또 구자용 E1 회장(15.8년), 구자엽 LS전선 회장(14.6년),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14.3년) 등도 상대적으로 임원 승진까지 오래 걸렸다.
사장단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으로 조사됐다. 신 의장은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34.9년 만인 2008년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또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27.8년), 구자엽 회장(27.2년),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26.8년), 김상헌 DN그룹 회장(26.0년) 등도 사장단 승진까지 오래 걸렸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