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측이 요구한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20일 10차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 총리의 경우, 증인 신청이 한 차례 기각됐는데, 윤 대통령 측이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문제 제기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 이미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정치인 체포 명단’ 메모의 신빙성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소환됐다.

윤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 첫 공판준비기일과 겹쳤다는 이유로 10차 변론기일의 연기를 요청했는데,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최종 선고 시점은 추가 증인 채택 여부에 달려있다. 만약 10차 변론을 끝으로 심리가 종결되면 윤 대통령 측 최후 진술 등을 위한 변론을 한두 차례 더 열더라도 3월 초에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헌재가 무엇에 쫓겨 선고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심판을 신속하게 종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 이영림 춘천지검장은 검찰 내부 게시판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도 안중근 의사에게 1시간 30분에 걸쳐 최후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면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요구를 묵살한 것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을 무시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재판관들의 자질로 인하여 향후 결론을 내려야 하는 헌재 또한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의 공정성을 문제 삼던 국민의힘은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헌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 2월2주 조사(11-13일)에 따르면, 헌재에 대해 ‘신뢰한다’는 비율은 52%로 한 달 전과 비교해 5%p 하락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40%)는 9%p 상승했다.

권력(power)과 권위(authority)는 종종 혼용되지만 두 개념은 다르다. 권력은 특정한 행동이나 결정을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원을 의미한다. 권력을 물리적, 정치적, 또는 사회적 힘을 통해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당, 정부, 기업의 CEO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자신들의 명령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거나, 자신의 지시에 순응하면 보상하거나,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사용 할 수 있다.

한편, 권위는 사회적 인정이나 법적으로 부여된 지위를 바탕으로 한 영향력이다. 권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가지며, 그들의 판단, 의견, 지시가 존중받는 경우가 많다. 가령, 부모, 교사, 사회 원로는 그들의 역할에 의해 권위를 가진다.

결론적으로 권력은 명령과 지시에 따라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권위는 사회적 인정과 존중에 기반한 영향력을 의미한다. 사법부는 권력을 추구하는 기구가 아니다. 만약, 헌재가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특정 정치 세력과 유착해서 권위가 흔들리면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런데 최근 헌재의 권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정치 편향성과 적법절차 훼손과 불공정 논란, 주요 결정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헌재가 탄핵 심판에 대해 어떻게 권위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사법부 권위의 원천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공정함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헌재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고 치밀한 논리와 논증으로 설득력을 보여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가) 시한 제한을 통해 (윤 대통령 측이)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라며 "피소추인이 요구하는 증인들에 관해서 조금 더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최고의 헌법 수호기관이어야 할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헌재는 지난 10일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검찰 신문조서를 탄핵 심판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다. 헌재법 제40조는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고, 형사소송법 제312조엔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헌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선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의 사례이다. 헌재는 적법절차 훼손과 불공정 논란으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고 ‘권위 있는 심판’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심판 결과가 나온 뒤 동의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판의 기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증거에 기초해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며, 기존의 법리에 기초해야 한다. 단언컨대, 원칙이 지켜지면 권위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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