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사과할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 하고, 기자회견을 할 때는 자신의 기자회견이 ‘묻히지’ 않도록 여러 상황적 요건을 고려해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지난 23일에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게 밀리고 있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3일 발표된 NBS 여론조사(전국 지표조사: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8%, 민주당은 3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정당 기준 대선 후보 지지’ 문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8%,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5%였다. 오차범위 내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진행 중이고,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랍고’, ‘경이로운’ 결과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음에도, 차기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또다시’ 선택하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서 그런지 몰라도,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입장’들을 열거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 날에는 ‘이벤트’가 많았다. 우선 23일 오전에는 공수처가 내란 혐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를 요구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사안의 주목도는 높을 수밖에 없는데, 윤 대통령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는 응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은 묻힐 판인데,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소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해당 사건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탄핵 기각으로 인해 방통위 2인 체제가 법적 차원에서 그 ‘불가피한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민주당의 ‘줄 탄핵’의 정당성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안의 뉴스 가치 역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가장 큰 빅 이벤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과 조우한 것이다.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한 진술은 다른 모든 이벤트를 충분히 덮고도 남았다. ‘요원’과 ‘의원’의 차이, 그리고 ‘계엄령’과 ‘계몽령’이라는 단어는 전 국민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재명 대표가 기자회견을 해도 여론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힘들었다. 심지어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다수였을 정도다. 여론이 관심을 가져야, 이것이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는데, 관심을 끌지 못했으니,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힘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은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를 맞아 한미동맹의 강화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한 부분은, 기존의 자신의 친중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자신이야말로 중도 진보의 길을 걷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이재명’을 보여주려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이런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점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듯, 정치인의 이미지 역시 쉽게 바뀔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이다.
물론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 역시 이런 측면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현재의 여론조사가 매우 당혹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더욱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사법부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을 2월 26일에 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속도를 낼 경우, 5월 정도에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설사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이재명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래저래 이재명 대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앞으로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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