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엠제1호조합, 티에스1호조합, 고스탁1호조합 등 PEF 다수 참여
주식양수도, 유상증자, CB인수 등 다양한 형태로 지분 영향력 분점
1년후 보호예수 해제 및 전환청구 가능해져...“지배구조, 주가 불확실성”
“이효종 대표 일신상 사유로 업계 전문 경영인 선임...투자 목적 FI 물색”
알엔투테크놀로지가 다수의 사모펀드(PEF)로 구성된 투자세력에 인수되는 가운데 지배구조 및 주가 측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케이엠제1호조합 외에 여러 재무적투자자(FI)들이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등 다양한 엑시트 경로를 분점하는 형태로 기업인수(M&A)가 설계되면서다.
투자업계에서는 M&A 설계상 최대주주가 책임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일반적인 형태의 M&A라기보다는, 단기 차익실현 목적이 뚜렷한 FI 측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의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지난 17일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에 따른 경영권 변동 사실을 공시했다. 이에 더해 후속 자금조달인 유상증자와 CB발행, 자기주식처분을 통한 현금확보 계획도 같은날 공개됐다.
먼저 전략적투자자(SI)로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체는 케이엠제1호조합이다. 케이엠제1호조합은 기존 최대주주인 이효종 대표가 보유한 159만8730주를 111억9111만원에 양수한다. 1주당 양수가액은 7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공시 전일(16일) 종가 3880원 대비 약 80% 비싼 가격으로,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산정된 것이다.
다만 인수 평균단가는 후속 자금조달에 의해 낮아진다. 인수측 FI들은 경영권 양수도계약 외에 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 50억원 규모의 CB 인수에 나선다. FI는 티에스1호조합, 고스탁1호조합, 개인투자자 4인 등으로 구성된다.
유상증자는 총 70억원 규모중 10억원이 이달 31일에 먼저 납입예정이며, 발행가액3470원 기준 28만8182주의 신주가 발행된다. 케이엠1호조합을 비롯한 개인투자자 4인이 해당 물량을 인수한다. 잔여 60억원은 3월 25일 납입예정이며 발행가액 3395원 기준 176만7304주의 신주가 발생한다. 해당 물량은 티에스1호조합이 확보하게 된다.
CB의 경우 권면 50억원 규모로 발행되며, 전환가액 3880원 기준 전환가능주식수가 128만8659주에 달한다. 리픽싱 조항이 포함돼 최저조정가액이 272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다음달 14일 대금납입 예정이며, 전량 고스탁1호조합이 인수한다.
총 120억원 규모의 후속 자금조달로 발생하는 신주 수량은 205만5486주(CB 포함 334만4145주)로 현주식총수 739만1186주의 약 27.81%에 달한다.
아울러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지난 17일 자기주식 21만6861주 처분을 통해 84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FI로부터 조달하는 자금과 더해 무려 204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처럼 신규 투자유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인지 알엔투테크놀로지 주가는 M&A 관련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공시 당일인 지난 17일 회사는 4475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전일 대비 15.33% 오른 가격이다. 이날 역시 전일 대비 0.89% 소폭 상승한 4515원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당장 신규 투자를 유치해 재무구조가 개선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FI의 장기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태의 M&A라며 지배구조 및 주가 측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작년 3분기말 기준 보유현금성자산 규모가 34억원으로 재작년말 약 72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번 외부자금 수혈로 인해 향후 수년간의 운영자금을 넉넉히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내년 초부터 FI측의 엑시트 시점이 일제히 도래하는 만큼, 지배구조 및 주가 측면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상증자의 보호예수 해제 및 CB의 전환청구가능 시점이 1년후부터 도래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비중이 높게 M&A가 설계돼 상환부담이 적다는 점은 재무적으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수의 FI가 다양한 투자 방식으로 M&A에 참여해 지분 영향력을 분점하는 설계인 데다 엑시트 시점이 비슷하게 도래하는 만큼, 1년후부터 지배구조 및 주가 측면의 불확실성 확대는 사실상 예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알엔투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이번 M&A는 이효종 대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해 기존에 친분을 유지하던 관련업계 전문 경영자들을 신규 경영진으로 초빙하는 형태”라며 “인수 그룹인 다수의 FI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라기보다는,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물색 과정을 거쳐 모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