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원 규모 CB발행...상장주식총수 대비 23.21% 규모 물량
연복리 4%, 리픽싱 조항 포함 등...발행사에 불리한 계약조건들
매출 급성장해 적자폭 빠르게 줄였는데...턴어라운드에는 실패
“회사 빠른성장에도 자본시장 자금조달 여건 워낙 열악한 탓에”
SCL사이언스가 운전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매출 규모가 급성장하는 등 기업가치가 한창 증대되는 가운데, CB발행으로 인해 주가에 큰 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흑자전환을 통해 자력으로 성장동력을 유지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최근 자금조달 여건이 극도로 악화한 자본시장 환경에서 그나마 치명적인 독소조항 없이 자금을 조달한 것에 의의를 둬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SCL사이언스는 전일 140억원 규모의 3회차 CB발행을 결정했다.
사채의 이자율은 연복리 4% 수준이며, 시가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포함됐다. 풋옵션(사채권자의 조기상환 청구권)은 발행일 기준 2년후부터 청구가능하며, 콜옵션(발행사의 매도청구권)은 발행일 기준 1년후부터 한도 30%까지 행사가능한 구조다.
최초 전환가액 8282원 기준 전환가능주식수는 169만412주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주식총수 728만3401주의 23.21%에 달하는 규모다. 최저조정가액 5798원 기준으로는 241만4625주(상장주식총수의 33.15%)까지 불어나게 된다. 납입일은 다음달 3일로 예정됐다.
전반적인 발행계약 구조는 발행사에 크게 불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높은 금리를 기본으로 리픽싱 조항까지 포함돼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안정적 수익은 물론이고, 전환을 통한 대박의 기회까지 제공하게 된다. 게다가 콜옵션 비율까지 30%에 불과해 회사가 주가방어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
SCL사이언스는 자본시장에서의 투자수요가 급감한 여건속에서 고갈된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같은 발행사 열위의 자금조달을 단행하게 된 모습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수년간 회사의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되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는데, 사채발행을 통해 찬물을 끼얹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SCL사이언스의 지난 사업연도 연결 매출액 규모를 보면 ▲2022년 3억6977만원 ▲2023년 13억2210만원 ▲올해 3분기 누적 31억4028만원 규모로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3분기만에 재작년 매출액의 열 배에 가까운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현금흐름은 지속 악화했다. 근본적으로 적자 흐름을 바꾸지 못해 지속적인 현금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SCL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말 기준 약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순손실 43억원가량에 비하면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여전히 턴어라운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의 현금성 자산 보유량이 작년말 50억원 규모에서 올해 3분기말 32억원 수준까지 감소하면서 자금조달이 필요해진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는 회사가 그간 보인 성장세를 고려하면 금번 자금조달이 매우 아쉽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금만 더 일찍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자력으로 성장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CB발행이라는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로서는 매우 아쉬울만한 소식”이라며 “회사가 그간 빠르게 성장해 기업가치를 증대해 왔음에도, 최근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이 워낙 열악한 탓에 불합리하다고 느껴질만한 자금조달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