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건강과 직결된 신체기관 중 하나다.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피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보호자가 동물의 피부질환을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로 여겨 적절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피부는 그 하나를 놓쳤을 때 결과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꼼꼼하게. 한마디를 하더라도 추상적이지 않게.
이태현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 원장은 “피부진단만 잘 이뤄졌다면 정말 빠르게 나을 수 있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랜 기간 고생했던 경험을 종종 보게 된다”고 말했다.
피부진단 이후에는 약물투약을 할지, 아니면 투약 없이 다른 시술을 진행할지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이 원장은 “우리는 보호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최선의 방향을 설정하는 동물병원”이라며 “지체하지 말고 내원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 5층에 위치한 라퓨클레르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자 문을 연 국내최초의 피부전문동물병원이다. 병원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가 집 못지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원장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피부과학 석사졸업 후 동물 피부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라퓨클레르를 개원했다.
“피부과를 전공하고 느낀 가장 큰 한계는 학교에서 배운 원론적인 치료법이 보호자들의 실제요구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단순히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반려동물의 삶의 질까지 개선하고자 하는 ‘니즈’를 가지고 있었죠. 이런 점에서 맞춤형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그는 학부시절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당시 취재차 방문한 피부전문 동물병원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피부병원을 보며 전문성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는 그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라퓨클레르는 ▲정확한 피부 진단 및 치료법 제시 ▲항생제 오남용 방지 ▲스테로이드 처방 최소화 ▲차별화된 피부시술 제공이라는 4대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 원장은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피부질환을 단순히 약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질환은 단순히 그것을 치료하는 걸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약물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연구하고, 동물과 보호자 모두에게 최적의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그는 반려동물 치료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동물들은 스스로 판단하거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한 치료방법이 동물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병원을 준비할 때부터 모든 장비와 치료법을 철저히 테스트했습니다.”
이 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며 한국의 피부과기술을 동물에게 적용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라퓨클레르는 최첨단 피부 레이저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 병원은 부작용 없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신장비와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새로운 치료옵션을 통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람피부과가 워낙 발달했지만 동물피부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수년간 새로운 기계와 시술법을 테스트하며 동물에게 적합한 기술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병원의 대표적인 치료법 중 하나는 통증 없는 피부 레이저시술이다. 이는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피부질환을 치료할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보호자들이 치료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시술실이 개방돼 있다. 동물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보호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저희 병원을 찾는 보호자 중 약 30%는 질환 초기단계에서 오지만, 나머지 70%는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중증환자의 90%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고 있으며, 특히 상위 5~10%에 해당하는 난치사례도 꾸준한 관리와 맞춤치료로 개선점을 만들어 가고 있죠.”
동물용 레이저장비의 개선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사람용 레이저장비를 응용해 동물치료에 적합한 기술을 도입했으며, 이러한 시도가 동물병원 업계에서 선구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기존의 병원들이 비용문제로 동물피부과의 가능성을 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피부질환은 약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비용이 적어지겠지만, 동물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다양한 옵션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처럼 보호자와 동물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비용 대비 효과를 넘어서는 연구와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 원장은 병원이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라 보호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의 장이 되는 것도 희망했다.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체계적이고 세밀한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라퓨클레르의 맞춤형 진단시스템은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이죠. 똑같은 질환이라도 개체마다 치료법을 달리할 수 있는 비스포크진단과 치료가 깊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라퓨클레르라는 이름에 관해 이 원장은 “프랑스어로 ‘깨끗한 피부’라는 뜻으로 새로운 피부전문 동물병원을 추구하는 나에게 딱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름에 ‘동물피부클리닉’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병원이 바로 나”라며 “이후 비슷한 이름의 병원이 생겼지만 라퓨클레르만의 차별화된 소프트웨어는 절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근 병원의 인기에 힘입어 라퓨클레르는 자체 뷰티제품을 개발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강릉 세인트존스호텔과 서울 유명 호텔로부터 협업요청을 받는 등 사업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용 사료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이 원장은 “저희 병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스스로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일은 거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모든 성과의 중심에는 보호자와의 상호신뢰가 가장 큰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부연했다.
동물치료를 사명으로 여긴다는 이 원장은 “라퓨클레르에서 진료받는 모든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