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브 등 송출수수료 협상 결렬돼 블랙아웃
케이블협회 “60% 수수료 인하해 영업권 위협해”
홈쇼핑 업황 악화에 롯데·현대홈쇼핑도 수수료 분쟁

딜라이브 방송 내 CJ온스타일 송출 중단 화면. 사진=연합뉴스
딜라이브 방송 내 CJ온스타일 송출 중단 화면. 사진=연합뉴스

‘국내 4대 홈쇼핑’으로 꼽히는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 송출 수수료 분쟁을 겪으며 송출 중단(블랙아웃)에 나섰다. 여기에 롯데홈쇼핑마저 SO와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정부에 중재까지 요청하면서 ‘블랙아웃’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CJ온스타일은 5일 자정부터 딜라이브, CCS충북방송, 아름방송에 방송 공급을 중단했다. 이는 올해초부터 이어온 송출 수수료 협상이 결렬돼 나타났다. 송출수수료란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는 대신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협상에서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송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으나 SO 측은 인상 방침을 굳혔다.

그간 홈쇼핑 업체와 유료 방송사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그러나 방송 송출 중단이 예고됐어도 막판 협상으로 인해 블랙아웃까지 가지는 않았다.

CJ온스타일 측은 “케이블TV 가입자 수와 매출이 지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수수료 대비 매출 개선이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방송 중단 이유를 밝혔다.

앞서 CJ온스타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케이블 TV 3곳과 홈쇼핑 송출 공급 계약이 종료돼 이달 1일 0시부터 전 권역의 유료 방송 서비스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공지를 했다.

유료방송사들은 CJ온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이 기존 계약 방식과 가이드라인을 무시한 채 60% 이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한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영업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 아니라 유료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기본 시청권마저 침해한 것”이라며 “CJ온스타일의 무책임한 태도는 케이블TV가 지난 30년간 홈쇼핑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며 유지해 온 상호 의존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든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엄격한 시장 진입 규제 아래 운영되는 홈쇼핑 사업자가 송출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강행한 것은 케이블TV 뿐만 아니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홈쇼핑 납품업체, 그리고 시청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행위”라며 “케이블TV는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거래 대가를 조정하거나, 수신료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CJ온스타일은 “무리하게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지 않았다”라며 “지난해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송출수수료 산정 시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 수는 제외된 만큼 이에 해당하는 송출수수료를 제외 또는 재산정 요청했으나 3개사는 합리적 근거 없이 이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또 CJ온스타일로부터 송출이 중단된 3개 케이블사는 디지털 연계가 어려워 시청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은 고화질 단방향 방식의 상품(8VSB) 가입자 비중이 높은 곳이다.

‘국내 4대 홈쇼핑’으로 꼽히는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 송출 수수료 분쟁을 겪으며 송출 중단(블랙아웃)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8월 선보인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 MC 5인. 사진=CJ온스타일
‘국내 4대 홈쇼핑’으로 꼽히는 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채널 송출 수수료 분쟁을 겪으며 송출 중단(블랙아웃)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8월 선보인 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쇼 신규 프로그램 MC 5인. 사진=CJ온스타일

CJ온스타일은 “3개사에 8VSB 실제 사용에 대한 소명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며 “방송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 비효율 송출 방식을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케이블TV협회가 “디지털 취약 세대를 상대로 한 송출 중단”이라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CJ온스타일은 ‘과도한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8VSB 가입자 대부분은 비주거용 법인 이용자라 송출수수료 산정을 위한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이들을 디지털 취약 세대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CJ온스타일의 주장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홈쇼핑 산업은 방송법에서 정한 ‘보편적 시청권’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방송 공익성 구현을 위한 ‘의무 재송신’ 채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출 수수료 자율 조정이 무산되면서 CJ온스타일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리는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가검증협의체란 홈쇼핑사과 유료방송사업자 간 협상이 지연될 경우 양측을 중재하는 협의체다. 협의체는 사업자 간 자율 협상을 전제로 협상 요소를 따져보고 중재에 나선다.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의 K뷰티 브랜드 '조선미녀' 방송 이미지.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 '최유라쇼'의 K뷰티 브랜드 '조선미녀' 방송 이미지. 사진=롯데홈쇼핑

한편 홈쇼핑과 방송사간 송출 수수료 갈등은 업계 전반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홈쇼핑사들은 TV시청자 수가 줄어드는 만큼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과도한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수수료 협의에 난항을 겪던 중 정부에 중재를 요청했다. 정확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딜라이브와 2022년부터 수수료 인하, 번호 이동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대가검증협의체를 신청했다”라며 “수년째 반복되는 송출수수료 문제가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도 IPTV LG유플러스와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가검증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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