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영업손실 1991억원…NCR은 204%로 급감
최근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즉각적 영향 없다”

신한자산신탁 CI. 사진=신한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 CI. 사진=신한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이 올 3분기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00억원에 근접한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부채비율과 NCR 등 재무체력 지표는 일제히 악화했다. 유상증자 등 지주가 잇단 지원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격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올해 3분기 19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96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올 상반기 –1751억원으로 적자전환된 후 손실폭이 더욱 확대됐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신탁계정대가 급증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책준형 사업은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약정해 주고 필요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시공사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시장 상황이 좋을 당시 늘려놨던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드물어 책준형 사업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황이 침체되면서 이가 신탁업계의 부실 뇌관이 된 상태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급감했다. 영업용순자본은 자기자본에서 고정자산을 뺀 금액이며, 이를 총위험액(시장위험액+기초위험액)으로 나눈 것을 백분율로 환산한 게 NCR이다. 통상 신탁사의 NCR은 1000% 이상이어야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150%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금융위는 경영개선권고를 내리게 돼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NCR은 지난해 말 927%에서 올 3분기 204%로 급감했다. 금융위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진 무궁화신탁(NCR 125%) 다음으로 저조한 수치다. 부채비율은 3분기 139.5%로 100%를 훌쩍 넘겼다.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자산신탁의 소방수로 나섰지만 이가 지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이후 신한자산신탁의 자기자본 규모는 3021억원에서 4521억원 규모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은 모두 지주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증자 참여와 간접 자금 지원 방식 등을 통해 총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주는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지난 5월에도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하는 사모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전액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신한자산신탁의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다수 책준형 신탁 상품이 소송전에 휩싸이며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주요 소송으로는 세종시 호텔 신축사업을 비롯해 창원시 멀티플렉스 신축, 인천 서구 물류센터 프로젝트 등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신탁업의 특성상 이번 유상증자는 사업 및 재무위험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유상증자가 신한자산신탁의 신용도에 미칠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 이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과거 대비 크게 악화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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