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버팀목 정책 대출 심사에서 ‘적격’을 받고도 은행에서 대출실행하지 않은 금액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대출을 대신하는 수탁은행이 대출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대구 달서구병)이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디딤돌·버팀목 정책대출 심사에서 ‘적격’을 받고도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금액이 29억5866억원으로 집계됐다. HUG의 적격 판정을 받고도 대출을 받지 못한 사례 건수는 총 25만3184건 중 16만181건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에 따르면, 해마다 HUG 적격 판정으로 보증서를 받은 사례도 급증하고 있지만 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미실행률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전세나 ‘내집 마련’의 꿈이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보증서를 들고 이 은행, 저 은행 돌아다니는 ‘은행 뺑뺑이’라는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행 제도의 대출 절차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확정일자부 계약서가 필수이기 때문에 선 계약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대출 신청을 할 수 있고, 한달 안에 HUG의 심사가 끝나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돼야만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이에 HUG 보증심사에서 ‘적격’을 받고도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29억5866억원(약 16만건, 49%)은 해당 대출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가 높은 시중 대출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또 선계약을 지불하고 나서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어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계약금을 날리는 안타까운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권 의원은 “정책대출 시행주체인 HUG에서 적격이라는데 그 일을 대신하는 수탁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는 것이 맞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하며 “안그래도 취업, 결혼, 주거 등에 고민이 많은 청년들을 희망고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계약금을 낸 청년들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날리는 것보다 좀 비싸더라도 다른 대출을 받아서라도 잔금을 치를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하면 은행의 입장에서는 약 4~5% 금리의 대출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정책대출을 신청한 청년들을 마진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UG는 선심사-후계약으로 보증제도를 개선하거나, 대출 실행이 가능한 은행안내 등 대안을 마련해 이런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