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한곳에 모여 삼성전자 위기에 대해 진단하고,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점을 고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4일 이윤호, 윤상직, 성윤모, 이창양 등 전직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특별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전직 산업부 장관들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과감한 혁신은 물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으로 이창양 전 장관은 “이 시기에 정신 차리고 본질적인 경쟁력을 다지기 시작하면 충분히 위기 상황을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삼성은 지금 크게 도약하기 위한 내부 정리, 새로운 목표 설정 등을 시도할 때이고, 어쩌면 2위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삼성전자의 취약점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꼽았다.

그러면서 “고도로 발달된 소위 ‘기술 안테나’가 필요하다”며 “안테나를 높게 세우고 주위에 어떤 기술들이 자라나고 있는지, 경쟁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서치하면서 그 중에 좋은 기술은 받아들이고 또 인수합병(M&A)을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상직 전 장관은 삼성의 위기에 대해 ‘조직문화 및 기업문화’를 주목했다.

그는 “삼성의 위기는 인텔의 위기와 다르다”며 “삼성의 위기는 생태계의 부재에 있다. 앞으로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할지, 어떤 인력이 필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갑을문화, 원가절감 등과 같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우리의 모든 제조업·서비스업이 앞으로 AI 기반으로 갈텐데, 거기서는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동업자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전 장관은 “삼성이 D램의 성공에 오랫동안 의존해 조직 긴장도가 많이 떨어져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최근 D램 쪽에서 압박을 받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약화되는 건 오히려 삼성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 계획의 방향이 맞게 가고 있는 건지, 속도는 적절한지, 디테일에서 잘하고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점검·반성하고, 버리고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별초청 자격으로 대담 자리에 참석한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시대의 기술혁신 필요성을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가진 특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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