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들, 농어민과의 상생은 외면해”
삼성, 작년 매출액 358조원...기금 출연액 86억원(0.002%)
한화, 10대 그룹 중 가장 최저 7.3억원 출연...작년 매출액의 0.001%
농협 마저도 작년 매출액의 0.003% 출연...고작 15.5억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지난 2017년부터 농어업 등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도록 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조성 완료 시한 2년을 남겨둔 현재까지 목표액의 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 한화 등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기업의 출연실적이 공공기관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이 24일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설치된 이후 올해 8월까지 조성된 금액은 총 24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 1000억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목표액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2015년 FTA 체결에 따라 농어업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기금 용도가 명시돼 있고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농어촌 지역과 함께 가치 창출을 도모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2449억원의 농어촌상생기금에서 공공기관(134곳)이 조성한 기금액은 1495억원으로 전체 61.0%에 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민간기업(208곳)은 946억원(38.6%)를 납부한 데 그쳤다.
특히 민간기업 중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경우, 작년 한해 매출액은 358조원을 넘었지만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출연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인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6년간 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86억원(0.002%)에 불과했다.
SK·현대자동차·LG·포스코·롯데·한화·HD현대·GS·농협 등 재계서열 1~10위 그룹의 같은 기간 출연기금도 역시 작년 매출액 대비 0.003%인 470억원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공공기관이 출연한 기금(1495억원)의 31.5%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룹별로는 ▲한화 출연액은 지난 8월까지 7억3100만원으로 10개 그룹 중 가장 낮았다. 한화의 작년 매출액과 비교해도 0.001%에 불과했다.
또 ▲농협의 출연기금은 15억5400만원으로, 작년 매출액의 0.003%에 불과해 한화, HD현대에 이어 세번째로 적게 출연했다.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마저도 농어촌 상생협력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재계서열 10위에 속하진 않지만, KT(12위)·한진(14위)·카카오(15위)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설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기금을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들의 피해를 기반으로 제조업이 성장했음에도 그들의 피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조성액이 극히 저조해 기금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특히 세계적 기업이자 제조업의 상징인 삼성그룹마저도 8년 동안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한 액수는 고작 86억원에 불과해 농어민들의 희생을 완전히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금년도 국정감사에 삼성그룹을 비롯해 재계서열 10위까지의 그룹 대표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기금 출연이 저조한 사유를 제대로 규명하겠다“며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경제적 이익을 본 민간 제조기업들이 농어업인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그동안 자율에 맡겨져 있던 출연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