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의 의지에 따르는 조사4국이 담당
과거 조사4국은 기업의 쇠락을 결정짓기도
가격 인상에 대한 ‘손봐주기’일 가능성에 긴장

서울의 한 BBQ매장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BBQ매장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에 대한 세무조사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조사 시점이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 그리고 조사 주체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춰달라는 정부의 당부를 무시해 ‘미운털’이 박혔고, 그 때문에 정부가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우려가 사실이라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너도나도 가격을 올렸던 식품업계로 봐서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 서울청 조사4국, ‘기업의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

조사4국이라는 조직은 서울지방국세청에만 존재한다. 정기 세무조사나 일반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다른 조직과 달리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정보 등에 따른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1999년 국세청 조직개편과 함께 조사4국이 등장했지만, 그 이전에도 ‘특명조사반’ 등의 이름으로 존재했다.

조사4국의 임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국세청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이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에 대한 세무조사다. 이 말은 정해진 절차나 시스템에 의한 조사가 아니라 ‘윗선’에서 마음먹은 대상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기 이전 조사4국의 전신인 ‘특조반’은 기업의 쇠락을 결정짓는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국제그룹 해체사건을 비롯해 명성그룹, 신동아그룹 등 정권에 밉보여 이름이 사라진 기업의 부도 과정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빠지지 않았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형사건에 대한 세무조사도 조사4국의 몫이었다. 노태우, 전두환 비자금 사건이나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청해진 해운, 버닝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세무조사의 역량이 다른 조직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조사4국의 특별 세무조사 대상이 되면 불시에 수십명의 조사원이 기업에 들이닥친다. 각종 세무 자료 요구에 정신이 없는 것은 물론 비밀금고의 정확한 위치를 지목하고 벽을 뜯으라고 지시할 정도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접근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의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라는 불렸던 것이다.

◆ 매년 60건 이상 실시되는 특별할 것 없는 ‘특별 세무조사’

그러나 사회의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사도 많이 바뀌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기업의 회계가 투명해졌고 세금을 제대로 내고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실수나 착오가 아닌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가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조사4국이 나서서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도 과거처럼 세상이 놀랄 일은 많지 않고 조사4국의 위세도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사실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특별하게 보지만 매년 실시되는 건수로 보면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193명의 세무공무원이 소속돼 있는 조사4국이 2018년 이후 5년 동안 실시한 세무조사는 모두 317건이다. 1년에 평균 63건이 넘는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BBQ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매년 실시되는 60여 건의 특별 세무조사 가운데 한 건이라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가격 인상에 따른 ‘미운털’ 때문?

다만 이번 조사가 재계에서 추측하는 것처럼 BBQ의 가격 인상에 대한 ‘손봐주기’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BBQ는 지난 5월 22일 23개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6.3%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인상 시점을 5월 24일에서 31일로 늦췄다가 다시 정부의 요청으로 6월 4일로 한 번 더 늦췄다.

과연 정부가 기업의 가격 인상에 특별 세무조사로 대응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생산에 필요한 인건비나 원자재 값 변동 등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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