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간 두 패로 나뉘어 명분 없는 지분 싸움
직원 등 회사 안팎 관련자 수십만명
단체 급식 고객 100만 명도 이해 관계자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오른쪽). 사진=아워홈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오른쪽). 사진=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다툼을 벌여온 아워홈의 4자녀 싸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고 구자학 전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힘을 합쳐 삼녀 구지은 부회장을 몰아냈다.

다툼의 본질은 누가 경영을 더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회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돈 싸움에 불과했다. 그래서 구본성·구미현 남매가 승기를 잡은 이후 회사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길 것이라는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워홈이라는 회사가 비상장 기업이고 지분의 98% 이상을 4명의 자녀가 가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아워홈, 직원과 연관 업체 그 가족까지 수십만명의 밥줄

아워홈은 작년 매출이 연결기준으로 1조9800억원으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대기업이다. 급식사업과 외식사업, 식자재 사업뿐 아니라 ‘행복한 맛남’, ‘구씨반가’ 등의 브랜드로 식품사업까지 하는 종합 식품기업이다.

자체 직원 수만 8800명이 넘는다. 여기에 식품기업의 특성상 수많은 관련 기업이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직원과 가족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이 아워홈의 경영권 다툼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아워홈이 잘되는 게 자신의 안위, ‘밥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경영권 다툼의 결과로 구지은 부회장은 물론 10여명의 사내이사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구미현 씨와 구 씨의 남편 이영렬 씨, 그리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가 이사로 선임됐다. 구미현 씨는 전업주부이고 이영열 씨는 의대 교수 출신이다. 구재모 씨는 2020년 사내이사로 선임됐던 경력이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아워홈의 경영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다.

10명이 넘는 사내이사를 하루아침에 몰아내고 회사 경영에 관여한 경력이 없는 임원진이 회사를 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구지은 부회장이 2021년 이후 경영을 맡아 실적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강제 퇴진은 회사 안팎 관련자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전국 900곳에서 하루 100만명의 끼니를 책임지는 아워홈

일반 소비자는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으로 외식사업이나 식품사업의 질이 떨어진다면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워홈은 우리나라 단체 급식 업체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직장과 관공서 학교를 포함해 아워홈의 단체 급식을 공급받는 곳이 900곳이 넘는다. 아워홈이 제공하는 단체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은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100만명 입장에서는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면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단체 급식 계약은 최소 2년 단위 이상으로 이뤄지는 장기 계약이 보통이다. 재벌 집 자녀들의 돈 싸움이라며 강 건너 불로 여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 명분 없는 경영권 다툼은 진흙탕 싸움에 불과

그렇다고 비상장 기업의 경영권을 두고 재벌가 4명의 남매가 두 패로 나뉘어서 싸우는 것을 관여할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다. 어느 쪽이 이기고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가져가길 응원할 문제도 아니다.

다만 경영권 다툼을 벌이더라도 직원이나 소비자를 위해서 적어도 ‘경영 방침’이나 ‘회사 비전’ 정도는 내걸고 싸워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경영권을 확보하면 어떤 방식으로 더 좋은 기업을 만들지, 또 단체 급식의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지 등을 제시하는 것이 대주주로서의 책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 같은 다툼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돈만을 노리는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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