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투자철회에 자금조달 막히며 ‘불성실공시법인지정’ 부과벌점 8.5점
사옥 팔아 250억 급전마련 채무 일부 상환...1Q 1년미만 단기차입금 300억 남아
경영권 분쟁으로 자금조달이 막힌 TS트릴리온이 파산위기에 더해 상장폐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의 잇단 투자 철회·연기로 자금조달 관련 공시가 대거 변경돼 불성실공시법인지정에 따른 부과벌점이 단숨에 8.5점을 기록하면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준이 되는 15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나. 한차례 더 벌점이 누적될 경우 15점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TS트릴리온은 상폐위기 해소를 위해 현재까지 공시된 자금조달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당장 극심한 채무상환 요구 및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구원투수가 될 외부투자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TS트릴리온은 전거래일(16일) 불성실공시법인지정에 따라 벌점 8.5점과 공시위반제재금 3400만원을 부과받았다. 사유는 공시변경 3건으로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의 납입기일 6개월 이상 변경 ▲유상증자 발행규모 20% 이상 변경 등이다.
금일 불성실공시법인지정으로 인해 TS트릴리온은 코스닥 시장에서 주권매매거래가 1일간 정지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시변경 건은 모두 자금조달 관련 사항인데, TS트릴리온에 자금을 납입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이 연달아 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 일정을 연기·철회했다.
먼저 지난달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던 디에스조합은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해 35억을 납입하는 것에 그쳤다. 같은달 17일 200억원 규모의 CB 투자를 계획했던 메리츠증권 역시 투자를 전면 철회했다.
투자업계에서는 TS트릴리온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면서 외부투자자들이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TS트릴리온은 현 경영진과 전 대표이사이자 창업자인 장기영씨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 단초가 된 것은 지난해 경영권 변경을 위한 주식양수도 계약에서부터다. 현 경영진이 장기영씨의 주식 전량을 인수하지 않은채 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미납한 데다, 장기영씨의 84억원 채권에 대한 상환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외부투자자들이 선뜻 투자를 단행하기 꺼려지는 문제들이 드러났다.
TS트릴리온은 경영권 분쟁 소송전은 물론이고, 자금난 속 채무상환 압력이 거세지면서 향후 자금조달 난항이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둘째치더라도, 투자금 대부분이 채무상환에 소모될 것이 분명한 만큼 향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CB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는 데다 다수의 채권자가 채권회수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앞서 영등포 본사 사옥을 매각하면서 250억원의 급전을 마련해 일부 채무상환에 나섰으나, 여전히 막대한 채무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작년말 기준 1년미만 단기차입금 규모는 428억원에 달했는데, 1분기에 119억원을 상환해 1년미만 단기차입금 309억원이 남게 됐다. 1분기말 회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74억원에 불과하다.
TS트릴리온은 직면한 재무 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가운데, 외부자금 수혈도 쉽지 않아 향후 자금조달 관련 공시의 변경이 추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파산위기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TS트릴리온 관계자는 “앞서 본사 사옥을 매각해 지난달에 만기 도래하는 금융권 단기차입금 일부에 대응했으며, 남아있는 차입금은 상환 만기를 연장하기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