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
게임 개발 및 M&A 등 새 방향성 전반 제시
‘원팀’ 10번 언급...임직원들에게 단합 당부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엔씨소프트는 현재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 게임 시장의 포화와 경쟁이 도를 넘을 정도로 심화되고 있고, 모든 IT 기업이 직면한 비용 증가 및 인원 구조에 대한 고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같은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저는 엔씨가 성장과 재도약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가 1997년 창사 이래 첫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김택진 대표의 파트너로는 전문경영인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내정됐으며, 오는 28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 내정자의 선임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다.

김택진 대표는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서 “2024년은 엔씨에게 여러 의미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 더 높은 도전을 위해 공동대표 체제를 출범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향후 김택진 대표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본업인 게임 개발 및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박병무 내정자는 회사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나가는데 역량을 쏟는다.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각 대표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게임산업 전반에 만연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이날 김 대표와 박 내정자는 ‘원팀’이라는 단어를 10번이나 언급하며 전 구성원들의 단합과 협력을 당부했다. 박 내정자는 “내부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내부 역량을 결집해 원팀으로 일해야 한다”라면서 “김택진 대표와 제가 먼저 최전선에서 원팀으로 긍정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나가겠다”라고 공언했다.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 김택진이 제시한 세 가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이날 김택진 대표는 ‘글로벌 게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 가지 방향성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게임 개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 개발 ▲게임 개발의 새로운 방법 개척을 제시했다.

개중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최우선으로 집중하는 부분은 단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 IP 기반의 스핀오프 게임들을 만들고 있으며, 엔씨의 장점인 MMO(다중접속온라인) 기술을 확장해 그간 만들어온 RPG(역할수행게임) 외에도 슈팅, 샌드박스, RTS(실시간전략)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관계도 발빠르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쓰론 앤 리버티(TL)’는 출시에 앞서 글로벌 퍼블리셔인 아마존과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판호를 확보한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현지 퍼블리셔와 수년간 테스트하며 출시 스펙을 구축한 상태다. 작년에 파트너십을 맺은 소니와는 양사 IP 및 기술력을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 중에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주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새로운 협업을 논의하는 해외 미팅 일정도 잡혀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게임 개발의 새로운 방법 개척’으로는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리더 양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많은 게임사들이 엄청난 제작비와 제작 기간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제작 기간도 단축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많은 인원에 의한 제작보다 창의성이 뛰어난 작은 팀들의 역량이 훨씬 큰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니지 IP의 한계와 포스트 리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을 한다. ‘리니지라이크’를 하나의 장르로 부를 정도로 시장 경쟁이 심해졌고 저작권 피해도 심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만큼 튼튼한 고객 기반을 가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시장에서 엔씨가 가진 경쟁력은 매우 높다”라고 자신했다.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20일 열린 공동대표 체제 출범 온라인 미디어 설명회에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내정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미디어 설명회 캡처 

◆ 박병무 “게임사 중심으로 투자”...대형 M&A는 “신중하게”

김택진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쥔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엔씨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김택진 대표가 엔씨 게임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공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합류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엔씨는 지금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포화와 경쟁이 도를 넘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라는 박 내정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모든 IT 기업이 직면한 급격한 비용 증가, 인원 구조에 대한 고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현황을 짚었다.

그럼에도 박 내정자는 “엔씨가 성장과 재도약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라면서 “이러한 자산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할 수만 있다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엔씨는 글로벌 회사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네가지 방향성으로 박 내정자는 ▲경영의 효율화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구축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반 구축 ▲IP 확보와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및 M&A를 제시했다.

특히 많은 이목을 모았던 엔씨소프트의 향후 M&A 방향성에 대해 박 내정자는 “엔씨가 게임 회사인 만큼 국내외 게임사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이라면서 “주요 게임사들이 진행하는 것처럼 소수 지분 투자와 게임 퍼블리싱권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박 내정자는 M&A에 대해서는 “큰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타겟 회사의 게임 개발 역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수 후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는 재무적인 실적과 안정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사업적 시너지, 미래 성장 동력, 재무적 도움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모두 충족하는 대상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M&A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에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다”라는 박 내정자는 “다만 적절한 회사가 나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이미 회사 내부에서 치열하게 검토 및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 “재무적인 측면만 생각한 경영 효율화는 위험...NC다이노스 매각 안 한다”

한편 이날 열린 설명회에서는 게임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 관련 질의도 오갔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카카오게임즈, 웹젠 등 타게임사를 대상으로 잇따라 제기한 저작권 소송이 대표적이었다.

박병무 내정자는 “혼을 넣어 만든 게임을 카피하는 건 게임 개발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적으로나 거래질서 측면에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박 내정자는 “엔씨가 모든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대해 소송을 걸고 법적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내부분석을 거쳐, 법적인 권리침해가 명백하면서도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게임들에 한해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NC다이노스 야구단 매각과 인력 감축 및 분사 등 수익성 개선 계획이 있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박 내정자는 “경영 효율화 작업은 좀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라면서 “야구단은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매각보다는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 될 것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수익성 확보라는 재무적인 측면은 매우 중요하다. 잊지 않겠다. 하지만 재무적 효율화를 이유로 핵심 역량을 훼손해서 기업의 존폐 또는 장기적 경쟁력을 흔드는 경우를 더 많이 경험해 봤다”라는 박 내정자는 “단순 재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엔씨의 핵심 역량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날렵하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관점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공시된 신사옥 설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내정자는 “착공시점 때문에 많은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 2020년부터 컨소시움을 조직하고 성남시와 논의하며 추진돼온 것”이라면서 “만약 추진하지 않고 페널티를 물으면 배임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오해가 없으셨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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