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 박병무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
엔트리브 인수 후 10여년 만에 곳간 풀까
컨콜서 지속적으로 M&A 가능성 내비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후보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후보자.

엔씨소프트가 1997년 창사 이래 첫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김택진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갈 공동대표 후보자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낙점한 것. 

사 측은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 전략을 실행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강화한다”라면서 ‘중장기적 컴퍼니 빌딩 전략 가속화’를 영입 배경으로 설명했다. 컴퍼니 빌딩이란 유망한 아이디어를 단순히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업 전반을 주도적으로 꾸리고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1961년생인 박 공동대표 후보자는 서울 대일고등학교를 나와 1980년 서울대 법대를 수석 입학했다. 이후 대학교 3학년 때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타이틀을 따냈으며, 대학교 수석 졸업 이후 1985년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했다. 같은 고등학교에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김택진 대표와 고등학교·대학교 동문이다.

1989년부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후 2000년부터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와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VIG파트너스 등에서 대표직을 역임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2007년 이래 16년간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 등을 재직한 연(緣)이 있다.

박 후보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왕설래가 오간다. 일각에서는 그가 회사의 구조조정을 주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엔씨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그가 M&A 분야에 있어 정평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비씨카드 ▲동양생명 ▲버거킹 ▲아이리버 등 굵직한 경영권 M&A를 주도해왔으며, 개중에서도 특히 하나로텔레콤 대표 재직 당시 회사를 정상화시켜 SK텔레콤에 매각한 건 사모펀드(PEF)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성공 사례다.

미국 소재 게임 개발사 아레나넷은 엔씨소프트의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2002년 187억원에 인수된 아레나넷은 MMORPG ‘길드워’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사진=엔씨소프트 
미국 소재 게임 개발사 아레나넷은 엔씨소프트의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힌다. 2002년 187억원에 인수된 아레나넷은 MMORPG ‘길드워’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사진=엔씨소프트 

그간 엔씨소프트가 M&A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쳐왔다는 점에 있어 공통 분모가 발견된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게임 관련 M&A와 비게임 관련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 현재도 리뷰를 하고 있는 대상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M&A는 ‘프로야구 매니저’와 ‘팡야’ 등을 선보여온 엔트리브소프트를 2012년 1085억원에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알려진 건이 전무하다. 모바일 게임 시장 활황으로 회사와 업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2010년대와 2020년대 내내 사실상 독자 행보를 걸어온 것.

이는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3N’으로 함께 묶이는 넥슨은 2018년 1450억원으로 넷게임즈를 인수했으며, 넷게임즈는 이후 넥슨지티와 합병돼 ‘블루 아카이브’ 개발사 넥슨게임즈로 변모했다. 최근 ‘더 파이널스’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스웨덴 소재 엠바크 스튜디오를 넥슨이 자회사로 편입한 시기도 2019년이었다.

넷마블은 그간 크고 작은 투자들을 적극적으로 단행해왔다. 넥서스게임즈와 카밤 등 국내외 게임사들은 물론, 렌털업체 코웨이를 1조7400억원에 인수하는가 하면 홍콩 소재의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에 2조5000억원을 배팅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년 전 투자한 하이브(구 빅히트) 지분 일부를 최근 판매하며 2.5배의 수익을 실현하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는 동안 엔씨소프트는 곳간을 든든하게 쌓아왔다. 올해 3분기 기준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623억원으로, 여기에 단기금융상품과 단기투자자산까지 포함하면 2조원을 상회한다.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한 ‘빅딜’ 가능성도 존재한다. 넷마블의 효자가 된 코웨이 사례처럼 비게임 부문도 열어둔 상태다.

다만 홍 CFO가 “M&A를 여러 번 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규모의,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M&A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만큼, 향후 엔씨소프트의 M&A 전략이 ‘몸집 불리기’식의 공격적인 성향은 띠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M&A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인수 주체인 본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신중론’을 거듭 피력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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