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지난해 매출 31조원…롯데·신세계 밀려
롯데쇼핑 김상현 “AI·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이마트, 사업 구조조정·유동성 관리 주력

쿠팡의 대두에 위기감을 느낀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중심의 반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각사.
쿠팡의 대두에 위기감을 느낀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중심의 반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각사.

쿠팡이 전통적인 유통업계 ‘빅2’ 롯데와 신세계를 밀어내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쿠팡의 대두에 위기감을 느낀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중심의 반등 전략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연평균 환율 1305.41원)으로 전년(2022년)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6174억원(4억7300만달으로 전년도에 비해 흑자전환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이다. 경쟁사들은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하면서 롯데쇼핑이 14조5559억원, 이마트 29조4722억원, 신세계 6조3571억원, 현대백화점 4조2075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지표인 영업이익에서도 쿠팡은 신세계(6398억원)에 비해 다소 모자라지만 롯데쇼핑(5084억원)과 현대백화점(3035억원)을 넘어선다.

쿠팡의 대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시점으로 이커머스 쇼핑이 확연하게 자리를 잡고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른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또 쿠팡의 수익성 전환 정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 2021년 1조7097억원에서 2022년 1447억원으로 92% 감소한 영향도 컸다.

쿠팡의 연간 흑자 기록은 반대로 말하면 롯데와 신세계가 소비자층을 빼앗겼다는 의미가 된다. 내수 소비의 한계점이 명확한 시점에서 쿠팡이 성장하려면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쇼핑 수요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쿠팡이 국내 유통을 뒤흔들면서 위기감을 느낀 롯데와 신세계는 재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먼저 롯데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등을 통한 리테일 테크 혁신과 해외 사업 가속화를 천명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2022년부터 진행해온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1.0’이 수익성 개선이 먼저였다면 올해부터는 매출과 이익을 동반 성장하기 위한 ‘트랜스포메이션 2.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롯데쇼핑이 체질 개선으로 내실을 다진 만큼 올해부터는 외형 성장도 함께 이뤄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다양한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시도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롯데도 지난해 9월 ‘라일락’(LaiLAC-Lotte ai Lab Alliances&Creators) 센터를 만들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높아 성장이 기대된다. 신규 사업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미국으로도 (PB)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앞으로 베트남에 추가로 쇼핑몰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롯데마트 PB(자체 개발) 상품의 미국 수출 확대를 위해 롯데상사 미주법인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장기화에도 7년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을 이뤄내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마트는 슈퍼와의 통합 소싱으로 시너지를 내며 실적이 개선됐다. 롯데하이마트도 강도높은 사업구조 개선으로 흑자전환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도 더 많은 경쟁과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그 속에도 항상 많은 기회가 있다”며 “롯데가 쇼핑 1번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신세계와 이마트는 오프라인의 장점과 최저가 전략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점포 매각 작업을 철회했다. 이마트는 지난 2019년부터 점포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 가양점과 별내점, 성수점, 감삼점, 동광주점 등이 매각됐다.

그러나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부터 부임하면서 점포 매각 작업은 멈췄다. 추진 중이던 이마트 중동점과 문현점 매각 작업도 중단됐다. 이는 이마트가 점포 매각에 나서면서 본업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채양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그간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했지만 다음해부터는 우리의 영업 기반인 점포의 외형 성장을 재개하겠다”며 “오프라인 유통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올해 1월부터 강도 높은 원가 개선에 돌입하면서 바이어들을 활용해 우수 농가의 과일 상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과일팀에 속한 바이어는 20여명으로 이마트에 따르면 이는 타 경쟁사 대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마트 과일 바이어는 신규 농가를 발굴하고 현금 매입 계약으로 과일 가격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또 이마트는 이트렌드(e-Trend) 시스템을 열었다. 이트렌드는 이마트 앱과 SSG닷컴에 남기는 상품평과 고객가치센터에 접수되는 소비자의 상품 의견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하루 평균 3만개,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해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의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올해 1월부터 매달 ‘가격파격’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매월 식품 3대 핵심 상품과 가공식품·일상용품 40개 상품을 선정해 한 달 내내 최저가로 판매한다.

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 등 3사의 상품 매입 기능을 통합해 원가를 개선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통합 시너지를 확보하고 마트의 소싱 능력을 활용해 생필품을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다.

이러한 ‘한 끗 차이’를 확보한다는 것이 이마트의 전략이다. 유통 산업 특성상 우수한 상품이라도 한두 달이면 경쟁사가 모방하기 쉽기에 한 끗 차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한 끗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뛰어야 한다”면서 “먹거리 가격 안정에 힘을 쏟는 동시에 상품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업도 정리되거나 통합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애완동물 용품 전문 매장 ‘몰리스(Molly's)’를 운영하는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테넌트 사업부로 통합했다. 몰리스는 지난 2010년 이마트가 반려용품 강화에 나서면서 만든 반려동물 전문점이다.

또 이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스포츠 매장 내 골프전문점의 납품을 중단하고 점포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동시에 이마트와 신세계의 강점으로 꼽히는 매장 재단장도 앞당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연수점과 킨텍스점을 몰타입 미래형 대형마트로 재단장했고 스타필드 수원은 MZ세대를 겨냥한 2세대 특화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신세계백화점도 ‘고객 경험’ 극대화를 위해 점포 리뉴얼을 통한 공간 혁신과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성장을 저해했던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적극 추진되고 있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호재가 늘어날 것”이라며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롯데와 신세계가 호재를 대거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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