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의사 파업’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비대면 진료 확대’는 물론 ‘군 의료 기관’의 투입을 공언했다.

앞서 서울 5개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20일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의대생들도 20일 동맹 휴학을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안타까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집단행동이 본격화된다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증응급환자들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도록 체계를 갖추겠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한다. 또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은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한다.

특히, 만성·경증환자의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집단행동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돼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가 충분히 증원되지 못한다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의사 양성이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의대정원 증원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의료계에도 강경한 의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진심과 국민 고통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의사단체가 지금이라도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고,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정부의 의료개혁에 동참해주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의료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언제나 대화에 열려 있다. 더 좋은 대안은 언제든 수용하겠다”며 “국민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 “정부가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은 날선 비판과 경고를 이어갔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국무총리의 담화문은 의사 자율 행동 억압을 위한 명분 쌓기”라며 “의대생과 전공의의 자유의사를 처벌하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환자 곁을 지켜달라는 국무총리의 발언은 부탁을 가장한 겁박”이라며 “정부가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의 자유행동을 위헌적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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