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전원 19일까지 집단사직한다...의대생들도 동맹휴학
의료계 아닌 시민사회 등은 의사들 집단행동 비판 

국내 ‘빅(Big)5’ 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16일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즉시 ‘업무개시명령’으로 환자 곁을 지키게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최종적으로 면허를 박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현장에서 집단행동이 일어나 의료진들이 현장을 이탈하게 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며 “모든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라고 그 면허를 받은 것이므로, 집단행동 독려나 권유, 조장 등은 모두 다 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의사들이 불응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도 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또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속된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취소·폐쇄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집단사직이 현실화되면 모든 전공의의 연락처로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사전에 모의되고 연속해서 사직이 일어나 병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이 또한 집단행동”이라며 “의료법 위반도 되지만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될 수도 있다.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다.

◆ 빅5 병원 전공의 전원 19일까지 집단사직한다...의대생들도 동맹휴학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자 논의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빅5 병원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앞으로 전공의가 근무하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 참여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을 말한다.

전공의는 응급 당직의 핵심을 맡고 있어 이들이 의료현장을 집단으로 떠나면 ‘의료 공백’이 커질 수 있어 환자들의 불편도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정부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빅5’ 대형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7%에 달한다. 이들 병원에 이어 전국의 다른 병원 전공의들도 집단사직에 동참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빅5’가 아닌 원광대병원은 전날 22개과 전공의 125명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병원 소속 전공의들도 대전협 의결 사안에 맞춰 이날 오후 회의를 통해 사직서 제출 시점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휴학(집단휴학) 참여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이미 동맹휴학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대협은 전국 의대생들이 동시에 휴학계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의협은 전날 전국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방안과 향후 로드맵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찬반을 묻는 투표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의료계 아닌 시민사회 등은 의사들 집단행동 비판 

시민사회·환자단체·노동계 등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가 또다시 불법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그동안 군림해온 ‘의사공화국’에서 주권 행사에 여념이 없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부여한 진료독점권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한간호협회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은 어떤 순간에도 국민들을 지키는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국민의 편에 서서 의대 증원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촉구했다.

국민들의 찬성 여론도 압도적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1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으며 85.6%는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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