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홍준표 등 “김기현으로는 총선 치를 수 없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니총선’이라고 불렸던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좌초하고 있다. ‘윤(尹)심’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하며 3대 혁신·6대 과제를 발표했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기현 2기 체제’의 당직 인선을 놓고, 내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6대 과제 가운데 ‘수도권 당직 인선’을 발표한 날. 이를 뒤집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보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후임에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이만희 의원은 경북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또 정책위의장에는 유의동 의원을 임명했으며, 여의도연구원장에는 김성원 의원을 내정했다.

문제는 김 대표가 3대 혁신·6대 과제를 발표하며 ‘신임 당직 인선에서 수도권 인물 전진 배치’를 공언했다는 점이다. 강서구청장 보궐 이후 ‘수도권 위기론’이 팽배한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에 TK 출신이 임명됐다. 김기현(울산 남구을) 대표와 윤재옥(대구 달서을) 원내대표를 포함하면 당 3역이 모두 영남인 셈이다. 사실상 ‘수도권 위기론’에 부합하는 인적 쇄신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당 내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된 김성원 의원은 수해 관련 막말 논란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당했던 인물이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카카오톡 메시지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대화방에 따르면, 조 의원이 새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인선안을 보냈다. 이에 김 부원장이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 ㅜㅜ”라고 답했다. 결국 김성호 부위원장은 17일 사임했다.

◆비주류 중심, 연일 직격탄...“김기현 정치 생명 걸어야”

‘김기현 2기 체제’가 시동을 거는 것과 동시에 ‘키’를 잡지 못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인사권자가 아닌 국민 입맛에 맞췄어야 했다”고 김 대표를 직격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는 더욱 거친 말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2월 탈당’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뉘앙스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유 전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공천하는 사무총장과 부총장도 100% 윤 대통령 사람들이고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도 전부 다 그렇다”면서 “국민들이 보기에 ‘이 사람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하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12월쯤 나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선택할 것)”이라며 “다만, 12월까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내 역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총선 불출마를 걸고 다짐을 해야지 총선 지면 당연히 정치판에 붙어 있을 수가 없는데 정계은퇴 운운은 뜬금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에도 “당대표가 당무를 잘못해 책임지고 물러나면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수습을 하게 된다. 그런 적이 여야 정당에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혼자 남아서 수습하겠다고 우기는 것이 오히려 넌센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도 ‘부글부글’...‘도로 영남당’

국민의힘 당원들이 모여 있는 게시판도 논란이 한창이다. 17일 현재 국민의힘 홈페이지 내 당원 게시판에는 김기현 대표의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다.

경북 경주 출신이라는 당원은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당대표는 울산이요, 원내대표는 대구요, 사무총장은 경북 영천”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원은 “이만희 의원님 죄송. 사무총장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 민심은 영남당 인식이 불식되지 않는다”며 “민심은 변화를 요구한다. 보이는 변화부터 사무총장 임명 철회(또는 본인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판적인 글도 눈에 띄었다. 한 글쓴이는 “영남권 중진들이 당권을 잡으면 뭐하나. 중도가 보기엔 달라진 것 없는 자한당이라고 볼 뿐”이라면서 “국짐(국민의힘을 짐으로 바꾼 속어)은 현 상황 유지가 가장 좋은가 보다”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만희 사무총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당이 변해야 한다는 민심의 죽비를 겸허히 받들어 당면 과제인 변화와 혁신 이행에 중점을 두겠다”며 “국민과 우리 당원, 그리고 의원들이 주는 여러 고견을 받들겠다. 특히, 당무와 관련해 주시는 의견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소통하고 그 내용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 역시 “이번 보궐선거로 보내주신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겠다”며 “정책 수용자인 국민 입장에서 바라보고 성찰하며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을 잘 헤아릴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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