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도 골목도 내가 왕”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들의 베끼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아직 시장에 진출도 하지 않은 드럭스토어는 신세계그룹 ‘분스’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과 관련된 유통사가 ‘분스와 같은’ ‘분스와 비슷한’이라는 용어를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에서는 “사실무근”이라 일축하지만 최근 오픈한 회원제 창고형 빅마켓이 코스트코와 비슷하다는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식품 업계에서 ‘미투상품’으로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 베끼기 논란의 롯데그룹을 짚어봤다.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주말에는 롯데백화점에서 겨울옷을 사고, 저녁 12시 이후에는 세븐일레븐에서 야식을 사먹고,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PB 제품을 사볼까. 아차차 롯데하이마트에가서 새로 나온 스마트폰도 구경해야지”

유통공룡 롯데그룹이 서민 생활을 장악하고 나섰다. ‘통큰치킨’을 내놓으며 유통업계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롯데그룹이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에 이어 드럭스토어 시장까지 진출, 골목상권 보호와는 상관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동반성장 화두는 올해 초 국내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골목상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골목 마다 대기업들이 진출, 영세 상인들의 분야까지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신세계그룹이 부당내부거래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 과징금 40억6100만원을 부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전국 각지에서는 대형유통사들의 횡포에 골목 상권은 ‘한숨’ 쉬고 있다.

무엇보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기업의 편법 운영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복합쇼핑몰 등의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우택(새누리당, 청주 상당구) 의원이 중소기업청과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킴스클럽 등 국내 4대 대형마트 중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점포가 전국에 27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점포는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으로 등록돼 있어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대규모점포등에 의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경기도 안양시에 개장한 롯데백화점 평촌점의 식품관(백화점과는 별도의 건물에 위치)은 롯데마트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백화점으로 등록돼 있어 영업시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드럭스토어로 ‘틈새시장’ 공략?
지역상권은 대형마트와 ‘피’ 말리는 전쟁을 펴고 있지만 롯데그룹에는 속된 말로 ‘씨알도 안 먹힌다’ 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드럭스토어 진출로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롯데그룹 외 드럭스토어는 이미 재벌들의 ‘전쟁터’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시장 진출을 가늠하면서 드럭스토어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재 문제가 불거지면서 CJ, 신세계 등의 국내 재벌기업들은 약국과 편의점 형태가 혼합된 드럭스토어를 줄줄이 오픈해오고 있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신세계 분스, 까페베네까지 우후죽순격으로 진출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드럭스토어의 지난해 시장 규모는 360억으로 2008년 136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2008년 드럭스토어의 매출 규모는 860억 원이었지만 2011년에는 3300억 원으로 3.7배가 증가해 유통시장에서의 ‘틈새’ 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시장 반응도 좋다. CJ올리브영은 최근 200호점을 돌파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으며 GS왓슨스는 지난해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도 지난 4월 의정부 신세계백화점에 분스 1호점을 열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롯데그룹 또한 드럭스토어 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몇 개월 간 드럭스토어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구체적으로 올 연말 등 시기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드럭스토어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자 재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종 마트 형태인 ‘드럭스토어’에 대해 미리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홍일표 의원은 “대형마트나 SSM, 편의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분류에 들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드럭스토어의 실태 파악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홍 의원은 드럭스토어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이 안 되면서 CJ올리브영, GS왓슨스, 이마트, 롯데, 카페베네, 영국의 유명 드럭스토어인 ‘부츠’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주공산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매장의 구성이 점점 생필품이나 식음료 구성을 늘리며 편의점과 슈퍼의 모습과 비슷해지면서 골몰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어떤 식으로 제품 구성을 하던지 법적규제를 받지 않으니 대기업으로서는 좋은 유통 수단이 된 것”이라며 “드럭스토어를 운영하는 대기업은 자발적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신규출점 거리제한이나 편의점이나 마트, 슈퍼마켓과 겹치는 상품군이 몇%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정을 설정하는 등 상생을 솔선수범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업체 간 과당경쟁이 지속되는 분위기이자 롯데그룹이 신세계그룹을 ‘베끼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규모와 분위기 등 신세계그룹의 ‘분스’처럼 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누구를 따라하느냐 등의 내용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며 “언제, 어떤 형태로 할지 검토하고 있는 데 벌써부터 따라한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빅마켓’ 코스트코 따라 하기?
아직 진출을 저울질 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드럭스토어에 대한 ‘베끼기’ 논란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나온 데에는 롯데그룹이 이미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을 오픈하면서 코스트코와 비슷한 전략을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빅마켓은 오픈 1달째인 지난 7월 30일 회원이 이미 8만5000명을 돌파했다. 빅마켓의 한달 간 누적 방문고객은 약 20만 명, 고객 1인 당 구매 단가는 8~9만원에 이른다.

이는 롯데마트 일반매장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이런 빅마켓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13일 경기도에 2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문제는 빅마켓이 카드사 가맹계약자로 롯데카드를 단독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처럼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또한 빅마켓에서 현금과 롯데카드, 롯데상품권으로만 결제할 수 있어 사실상 롯데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코스트코가 삼성카드와 독점 계약을 하면서 현금 외 삼성카드로만 결제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3개월 무이자 할부 등이 사라졌는데 롯데그룹이 이런 코스트코와 삼성카드를 따라했다는 것이다.


편의점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이익도 ‘꿀꺽’
또 롯데는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담배판매권까지 지정받은 것으로 나타나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편의점 가맹주들이 지정받아야 할 담배소매인 지정을 회사 이름으로 800개나 받았고 신동빈 회장 개인 명의로도 91건을 지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담배사업법 위반이다.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은 지난 11일 공정위 국감에서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직영점과 가맹점 4422곳에서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았는데, 이 중 20%인 891개 점포의 담배소매인이 회사 또는 전·현직 대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담배소매인은 점포를 갖추고 담배를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롯데는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가져야 할 담배소매인 권한을 세븐일레븐 등의 명의로 지정받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김 의원은 코리아세븐은 가맹점주와 맺은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담배소매인 지정은 ㈜코리아세븐 명의로 한다는 불법적인 조항을 설정, 담배판매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직접 담배판매권을 불법적으로 지정 받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세븐일레븐의 매출액 가운데 담배는 전체 매출에서 평균 40%를 차지했고, 2011년 전체 매출액 1조6862억원 중 담배 매출액은 6413억원에 달했다.

또한 KT&G, BAT코리아 등 4개 담배회사에서 받는 광고수수료도 담배판매권을 불법으로 지정받는 이유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코리아세븐이 가맹점주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며 불공정 약관 조항을 포함시켜 왔다”며 “공정위는 이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최근 5년간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지금 당장 편의점 프랜차이즈 분야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선 관련 법률에 근거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피전문점 횡포…목 좋은 상권 ‘침투?’
최근 SBS는 대기업 소속 커피전문점이 몫 좋은 커피전문점을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좋은 자리에 단골을 확보해 연매출이 10억원이 넘는 알짜 매장 A지점.

이 A지점 사장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회사가 인테리어 설비를 다 해주고 또 섭섭하지 않게 하겠다는 제안을 6개월간 했다는 것. SBS에 의하면 이러한 커피전문점 중 10곳 이상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넘어갔고, 제안을 받았다는 매장만 30여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지만 롯데그룹의 엔제리너스는 이미 리치몬드 과자점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한 전력이 있어 의혹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2월 홍대에서 30년간 영업을 해오던 동네빵집 리치몬드가 폐점했다. 이와 관련해 입점이 예정돼있던 엔제리너스가 리치몬드 제과점의 폐점과 연관이 있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건물주가 롯데그룹 계열사와 계약을 했고 재계약 여지가 없으니 만기일이 되면 가게를 비워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 롯데 쪽에서 밀어내기 영업을 벌인 것은 아니며, 당시 리치몬드 제과점 자리가 매물로 나와 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30년간 영업하던 리치몬드가 갑자기 폐점하게 된 이유에는 건물주가 30년간 지속적으로 재계약을 하던 것과는 달리 갑자기 재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상권 좋은 자리에 ‘웃돈’ 까지 얹어주면서 영업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기에 의혹의 시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 끝나지 않는 미투상품 논쟁
식품업계에서는 ‘미투상품’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롯데칠성음료 외 여러 음료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면서 서로 베끼고 뺏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롯데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는 1999년 남양유업의 ‘니어워터’를 모방한 상품을 출시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2% 부족할 때’. 이 제품은 롯데칠성음료의 엄청난 마케팅으로 인해 단번에 따라잡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외에도 코카콜라 암바사를 따라한 밀키스,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유사한 비타파워, 코카콜라의 환타 쉐이커를 모방한 쉐이킷 붐붐,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와 비슷한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와 비슷한 황금보리 등 모방 제품을 만들었다.

업계관계자는 “중소 음료업체가 몇 년간을 연구해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면 롯데칠성음료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고 ‘롯데’라는 엄청난 자금력과 마케팅으로 공세를 펼친다”며 “우리 같은 경우에도 몇 년 만에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됐다”고 비판했다.

롯데그룹은 손 되는 사업 마다 모두 ‘성공’시키는 미다스의 손을 가지고 있다. 또 껌부터 시작해 재계 서열 5위에 이르는 등 수많은 성공신화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서민의 ‘고혈’을 통해 이뤄진 것은 아닌지 ‘상생’과 ‘동반성장’이 화두인 이 시대에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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